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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흰나비

날려보내기 위해 사랑을 줍니다

by 비둘기

추 흰나비


과학 시간에 배추 흰나비 애벌레를 키웠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애벌레를 아이들은 잘도 찾았다. 쉬는 시간만 되면 다들 애벌레를 보러 달려나갔다. 처음엔 징그럽다며 싫어하던 아이도 조금씩 관심을 보였고, 며칠 뒤 귀엽다며 애벌레를 빤히 보았다. 많은 사랑을 받은 애벌레는 크기가 부쩍 커졌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사실 나도 신기했다. 번데기는 미동도 없었다. 혹시나 번데기가 떨어질까 아이들은 화분에 물을 줄 때도 조심했다. 꽤 소란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번데기를 관찰할 땐 다들 조용했다.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번데기가 며칠 지나면 나비가 돼요?”

“아마 8일 쯤 걸릴거야.”

“우리 학교 오는 날 나비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같이 날려보내주자.”


금요일이 되자 초조해졌다. 주말에 나비가 되면 어떡하지. 2교시가 끝나고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날개가 살짝 보이는 것 같아요!”

다가가서 보았지만 나는 잘 보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날개가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나보다.


3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한 아이가 외쳤다.

“선생님, 나비 됐어요!”

정말로 하얀 나비가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환호했다. 과학 선생님께 알려드리겠다며 교실을 뛰쳐 나갔다. 평소같다면 복도에서 달리면 안된다고 말렸겠지만, 나비의 탄생을 알려주고 싶은 설레는 마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을 웃으머 바라만 보았다.


아이들은 말했다.

“선생님, 나비 얼른 날려보내줘야할 것 같아요.”

“그래, 그러자.”

마지막으로 나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시간을 주고, 방충망을 열었다. 아이들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나비는 방충망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숨죽이며 지켜봤다. 방충망을 들어 두번 정도 흔들자, 나비는 날기 시작했다. 교실을 한바퀴 빙빙 돌고 창문 밖으로 훨훨 날아갔다. 아이들은 ‘나는 나비’를 불러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뒤

오래도록 비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스승의 기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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