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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Oct 24. 2021

MBC 김신완 PD에게 건낸 질문


MBC 공채 시사교양 PD에 지원했다. 서류 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필기시험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을 조금 가볍게 먹었다. 틈틈히 대만 여행 영상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PD가 되고 싶은 건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인데, 영상을 만드는 건 지금도 할 수 있으니까.


필기시험을 보기 전에 미디어잡이라는 취업 포털에서 방송국 공채대비 특강이 열려서 다녀왔다. 일반기계기사 시험이 다음 주라 시간이 얼마 없지만 그렇다고 안 가면 나한테 지는 것 같아서, 이 마저 시간이 없다고 하면 PD가 될 자격이 있긴 한 건가 싶어서, 그런 마음으로 발 걸음을 떼었다. 

  강의자는 MBC 시사교양국 김신완 PD였다. 신입 PD들이 겪는 어려움과 잘못된 PD 준비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PD가 하는 일은 의사결정입니다. 어떤 선택을 할 지 계속 물어봐요.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데 계속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조연출 한 명에게 어떤 일을 맡긴 거에요. 얼마 지나서 그것을 활용할 시점에 가져온 결과는 기대에 한참을 못 미칩니다. 왜 이거 밖에 못했지? 라고 물어보면,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어? 이만큼 노력했는데, 나는 신입인데 왜 욕을 먹어야되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그게 바로 일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 평가 중심의 사고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에요. 시험과 과제에 익숙한 사람들의 사고 과정은 입사 후에도 똑같이 적용 됩니다. 모든 준비는 최종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글을 스터디를 하려고 쓰나요? 연애편지를 쓸 때 60분 동안 시간을 정해서 쓰나요? 스터디에서 쓰는 글은 아무런 목적없이 느닷없는 주제를 놓구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죽어라 파요. 60분 동안 끙끙 거리죠. 괴로워요. 작문 주제를 내면요, 다 똑같은 대답을 해요. -그럼 어떤 글을 쓰라는 거지 정말 나의 헛소리를 써보라는 것인가-


보통 작문 실력이 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자화 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늘게 되는 거에요. 취업 준비를 이상하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 시험이기 때문에.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디 준비생들을 보며 가장 답답한 것이 뭐냐면, 모든 전형을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시험 준비를 충분히 준비한 사람이 붙어야만해, -맞는 말 아닌가- 언론고시라고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느닷없이 붙은 학생은 황당할 뿐이죠.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방송사에서 묻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체득할 수 있어요. 늘상 글을 쓰는 사람들이 시험을 보러가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붙어요. -난 안되던데- 모든 글감은 일상에서 체득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피디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일상이 시험이 돼요. 그러다보니 시험을 못 보는 거에요.


성과가 좋고 좋은 평가를 받아온 사람들의 특징이 있어요. 질문을 안해요. 이거 해야되는데 할 수 있겠니? 네! 하고 딱 가. 그리고 코너를 돌아서, 어떡하지. 무슨 말이지. 이러는 거에요. 왜냐, 평가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 자체가 무능력이기 때문에. 결국 엉뚱한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해옵니다. 그리곤 책임 소재를 따져요. 이렇게 말씀하셔서, 제 생각엔 이래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는거에요.  

  언론의 가장 큰 힘이 뭐에요? 질문하는 거에요. 질문하는 것이 권력이에요. 질문은 너무 중요해요. 그런데 많은 신입들이 질문을 안합니다. 시험을 내는 사람에게 정답이 있고, 시험을 푸는 사람이 그걸 맞추어야 하는 권력 관계가 주어지죠. 그것을 오래 학습해 오면서, 시험 문제가 이상하다거나 다른 방법으로 풀어도 되는지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아요. 정답을 맞추는 게 목표니까. 그 정답이 부정 당하면 그땐 억울하죠. 시험은 방편이지 모든 것이 아니에요.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시험에 합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험을 간절히 기다려왔는데, 그 초조함과 불안함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겠는가. 지금 취업준비생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절박한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인건지.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나이도 많던데 해가 갈수록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퇴사를 한 사람은 후회가 될 수도 있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고용에 대한 압박을 한 방에 해결해 줄 것만 같은 탈출구가 있는데, 그것에 너무 달려들지 말라는 것은 참 어렵다. 나는 특강이 끝나고 질문 시간에 내게 주어진 권력을 활용했다.  


Q : PD님의 말씀을 이해 했습니다.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의 이러저러한 상황에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도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신선하게 쓸지, 남들보다 더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 눈 딱 감고 쓰세요.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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