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딸이 묻는다
아빠는 왜 기도해?
아빠가 대답한다.
가는 길이 안 보여서 길을 찾으려고.
딸이 묻는다.
기도하면 길이 보여?
아빠가 대답한다.
보려고 기도했는데, 볼 수 없으니 맡기게 되더라.
딸이 묻는다.
그럼 아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아빠가 대답한다.
그러게…
그런데 모르는데 안다고 할 수도 없고,
안 보이는데 보인다고 할 수도 없고,
잘 모르고 잘 안 보이더라도 그 순간 알고 보이는 만큼만으로 선택하고 나머진 맡기는 거지.
딸이 묻는다.
그런데 어디에 맡겨?
아빠가 대답한다.
운명이라고들 하고, 삶이나 자연의 이치라고도 하고, 또는 순리나 신이라고도 하고…
사람이 다 알 수 없는 그러나 어렴풋이 느끼는 나 자신보다는 좀 큰 존재…
좀 어렵나?
딸이 또 묻는다.
그런 게 있어?
그리고
맡겼는데, 잘 안 됐으면?
아빠가 대답한다.
맡겼으니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지.
어차피 아빤 아빠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고 나머진 아빠 능력밖이었으니…
딸이 말한다.
그게 뭐야!
난 그런 거 안 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