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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마다바드여행 4

산 자와 죽은 자의 모호한 경계

by 바 람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Hazrat Baba Lului’s Masjid Jamalpur 발음하기도 힘든 사원을 아침 출근 전 들러보기로 했다. Uber를 타고 내린 곳은 길가였다. GPS가 가리킨 지점이 걸어서 가까운 거리라고 기사는 구글맵을 보여주며 손짓과 표정으로 말한다.

일단 내리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길이 나올까? 마침 청년이 있길래 손짓과 표정, 안 통하는 말을 쏟아냈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싶은 청년은 알아들은 건지 일단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여긴 공동묘지인데?

개들도 낯선 이방인의 소음에 이제야 잠이 깼는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들개들이라도 별다른 공격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기 할 바를 할 뿐.

멀리 집들이 보이지만 선뜻 무덤을 헤치고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는다. 다시 돌아 나와 큰길로 우회해 가는 길을 선택했다.


구글맵을 연신 확인하며 길을 찾아간다.

조용한 아침, 이제 양치질하는 여자분도 보이고 옷가지를 챙기는 분들도 있다. 낯선 이방인들이 이 아침에 무슨 일인가 크게 눈을 뜨고 쳐다보는 청년들도 있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깡충거리며 뛰어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 덕분에 길안내자를 찾아 사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컬러풀하게 칠해진 집들

역시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Hazrat Baba Lului’s Masjid Jamalpur

거대한 돌기둥 전체에 정교한 장식을 사람의 손을 이용한 도구로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야 저 정도를 깎아낼 수 있을까? 돌덩어리라 고칠 수도 없을 텐데 말이다.

요즘 떠오르는 IT산업에서 인도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거꾸로 찾아 연결해 보려 애쓴다.

Jamalpur 야채시장

마을골목을 벗어나자 바로 Jamalpur야채시장이다.

시끌벅적하다. 연신 야채를 싣는 오토바이차가 줄을 지어 서있다. 어깨를 펴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거리이다. 도저히 이곳에서는 다음 행선지인 Bhadra Fort로 가는 우버를 잡을 수 없다. 우리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선명한 인디고블루 재킷으로 멋을 낸 중년분이 자처해서 길안내를 해준다. 덕분에 무사히 오토바이차를 타고 Bhadra Fort로 출발할 수 있었다. 천사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


이른 아침 낯선 묘지방문을 시작으로 쪽방촌 같은 주택가를 지나 사원을 구경하고 시끄러운 재래시장을 헤집고 다녔던 시간은 마치 순간적으로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온 듯 비현실적인 시간처럼 느껴졌다.

산 자의 땅에 죽은 자의 관과 무덤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모두 섞여 지내고 있다. 개들도 염소도 소들도 그냥 섞여있다. 모두 세상의 한 요소일 뿐이라는 묘한 느낌이 전해진다. 신들도 인간들도 다른 동물들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모두 더불어 다르게 살아갈 뿐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헬조선을 말하는데, 쪽방촌 같은 집에서도 이들은 이상하리만치 찌든 얼굴이 안 느껴진다고 딸이 말한다.

나도 그렇게 느껴진다.


Bhadra Fort

Bhadra Fort에 도착했다. 번화한 도로 입구 한편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몰려있고 음악과 더불어 알지 못할 리듬 있는 노래가 들린다. 무슨 예식인지 모르겠다. 거대한 아치문을 지나가자 모든 소음이 사라진다.

요새답게 창 없는 벽과 견고해 보이는 문들이 지켜온 세월을 말해준다.

많은 이야기가 새겨진 요새의 벽


묘지와 마을 그리고 시간이 겹겹이 쌓인 사원들의 열린 공간과 요새의 닫힌 공간등 그 다양한 공간을 거리낌 없이 왕래하는 사람들과 동물들, 우리도 그들과 같이 강물의 물고기처럼 유연하게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지나쳐간다.


Let it be…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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