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시간
치앙마이의 시간은 느린 듯 빨리 간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날씨가 주는 여유로움이 크다. 한낮에 공기를 가득 채우는 햇볕의 열기가 사람들을 그늘 속으로 몰아낸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계절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생활리듬이 이곳에선 천천히 잦아든다. 생업을 위해 바쁘게 살아온 시간에서 살짝 비켜선 것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느리거나 빠른 문화나 모두 각자 처해진 환경과 시기에 맞춰 적응하고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우리 삶의 얼굴이다.
이제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일상이 되어버린 여행에서 또 다른 일상으로 간다. 매번 느끼지만 여행이 주는 선물은 떠나왔던 자리가 도착지가 아닌 새로운 여행의 출발지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 살기가 될지 일 년 살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현재가 귀하고 소중하다.
시장의 상인들, 카페의 디지털노매드들, 펍의 연주자들, 사원의 승려들, 관광객들, 기도자들, 사람, 사람들…
자기 몫의 삶을 채워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는 피부색과 생김새만 다를 뿐 세상 어디에나 있다.
들의 풀처럼
하늘의 새처럼
내게 소중한 것들과 원하는 것들로 나와 세상을 채우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 역시 다양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며 살아간다.
여행은 나로부터 떠나 자신과 동일시했던 수많은 것들에서 내가 아닌 것을 알게 하고 또 나를 보게 해 준다.
내가 가진 것, 내가 갖고자 했던 것, 나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살며시 작아지면서도 묘하게 나로서 충분해진다. 다양한 보편성을 존중하는 만큼 내게 주어진 고유한 몫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떠나서 알게 되고 벗어나서 보이는 건
이웃의 삶을 존중하게 되는 것과
내게 주어진 내 몫의 삶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이제껏 엉성히 살아온 내 몫의 삶에 구멍을 메워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 각자 제 몫의 삶을 서로 얼기설기 엮어가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