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그림의 숲
비 오는 날, 그것도 Metropolitan Museum이 쉬는 수요일에 방문한 MoMA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졸업시즌이라 삼삼오오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핫한 공연장이 되었다. 미술계의 아이돌쯤 되는 거장들의 작품이 층층에 자리 잡고 있어 너도나도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쁜 모습이 팬미팅에 온듯하다.
현대미술의 거대한 숲을 연상시키는 MoMA는 관람객들이 길을 잃지 않고 숲을 즐기도록 시대별 갤러리별 컬렉션을 짜임새 있게 전시해 두었다. 프랑스 화단의 큐비즘을 시작으로, 독일표현주의, 러시아추상주의를 거치며 미국의 현대미술, 더 나아가 현대 산업디자인까지 구석구석 예술의 다양성을 최대한 담아보려 애쓴 모습이다. 예술가들은 늘 사회의 통념을 깨고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세계를 표현하는데 열정을 바친다. 평론가나 자본가들은 부지런히 이들을 카테고리화하여 입맛에 잘 맞게 상품화하는데 분주하다. 잘 포장하고 카테고리화되어야 상품성이 좋아지는 산업구조에서 누가 악어이고 누가 악어새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맞물려 공존하는 구조이다. 한때는 하나하나의 나무를 살펴보느라 진을 뺐는데, 한걸음 떨어져 숲을 대하는 마음으로 관람하니 전시장이 산책길이 되었다. 그날의 날씨도 전시된 작품도 관람하는 관객도 산책의 일부가 되는 즐거움이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 막 오픈한 Whole Food 매장에서 딸이 한 말이 문뜩 떠오른다.
‘미국은 몸에 나쁜 것도 많지만 몸에 좋은 것도 정말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