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al Park 소풍
뉴욕에서 한 달 살기는 Central Park를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에 달려있다. 관광객 모드로 구경하느냐 아니면 동네 마실 가듯 가는가 하는 차이이다. 당연 후자가 현지 일상을 사는 모습이다.
아침을 먹고 느지막이 집을 나서 59번가 지하철역에서 Columbus Circle로 나왔다. 맨해튼중심에서 Central park로 들어가는 출발지점이다. 그곳에서 Shake shack 버거를 포장해서 센트럴 파크 소풍을 즐길 참이다.
센파크 개발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니 이제 새롭지도 않을 것이다. 1800년대에 맨해튼 한복판을 알래스카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개발했다는 스케일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뉴욕의 이러한 공원과 건축물들을 대할 때면, 건축가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과 자연, 사회를 통찰하는 안목과 능력을 끌어낸 천재들과 그 토양이 부럽다. 주제를 알고 20대에 일찍 건축공부를 접은 것이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천재들의 작품들을 누리고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고 즐거움이다.
천천히 걷다가 공원 내 호수가 바라보이는 Cherry Hill, 베데스다 테라스등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나타날 때면 소풍온 우리도 자연스럽게 사진놀이를 한다. 특별히 SNS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잘 나왔네, 못 나왔네 하면서 오늘을 웃고 즐긴다.
초기 설계했던 공원 코스는 큰 변화 없이 170여 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주변으로 우뚝 솟아오른 현대건물들과 그에 못지않게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들이 연출하는 연륜 있고 풍성한 경관은 이 도시를 산책하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낸 뉴욕시민들을 향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문득 요즘 한창인 서울 강남의 재개축 모습이 떠오른다. 아파트 단지와 사람밖에 안 보인다. 한평이라도 더 누리고 싶은 사람의 욕심에 4-50년 자란 가로수와 오래된 정원수들이 흔적도 없이 잘린다. 그 자리를 어린 가로수와 몇몇 값비싼 소나무들로 채우고 있으니 앞으로 또다시 수십 년을 메마른 건물들만 보게 생겼다.
도시에서 사람들이 존중받고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꼭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뭘까?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 속에 대한민국 500년 수도서울이 꾸준히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더욱 성숙해지길 응원하고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