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auk point Lighthouse
뉴욕에서 한 달간 머물며 가족이 주말에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찾던 중, 딸들이 추수감사절연휴 때 몇 번 가본 Montauk을 추천했다. Jamaica 기차역에서 출발해 도착한 몬탁은 Long Island 동쪽 끝자락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출발 시 강한 바람에 빗방울도 간혹 떨어졌지만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즐기리라 마음먹고 출발했다. 널찍하고 탄탄한 2층 기차는 오를 때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가는 길 내내 흔들리고 덜컹거려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창밖에 넓게 펼쳐지는 대자연의 풍경을 배경 삼아 못다 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몬탁에 도착했다.
3시간 만에 도착한 몬탁은 놀랍도록 푸른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우리를 반겨준다. 바닷가 날씨를 일기예보가 맞춘다는 것은 미국도 어렵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롱아일랜드 몬탁은 뉴욕에 사는 부호들이 선호하는 별장지로 유명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요트가 한가로이 부둣가에 정박해 있다.
몬탁에서 꼭 가볼 만한 명소로 알려진 Montauk point Lighthouse로 가는 길은 길고도 곧게 뻗어 있다. 역시 이곳에서도 빠질 리 없는 자전거 라이더들을 보니 그저 반갑다. 길 양옆으로 나지막이 넓게 펼쳐진 언덕 위에는 맑은 햇살을 받아 여유롭게 빛나는 초록잎들이 가득하여 마치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경치다.
아, 푸르다. 그리고 정말 그림 같다.
푸른 잔디와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그 위 하얀 등대를 향해 오르는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워 가족모두 어린아이 같이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어딜 가나 사진놀이는 필수다.
가까이 가보니 30여 미터 높이의 몬탁등대는 생각보다 컸다. 워싱톤대통령 임기중 1796년 뉴욕주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등대는 그때부터 대서양을 통해 뉴욕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선박들의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왔다. 이백 년 가까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에서 매 3시간마다 손으로 직접 도르래를 움직여 등불을 밝혀오던 등대지기일도 1987년에야 현재의 자동시스템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최근의 기술변화속도는 새삼 놀랍지도 않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된 등대하우스에는 그들의 노고와 이곳의 역사를 담은 다양한 자료들이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어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느새 등대와 친해져 버린다.
사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대서양의 푸른 바다와 하늘에 매료되어 한동안 걷다 보니 이 드넓은 바다를 헤쳐온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용기가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딸도 희망 속에 용기를 내어 원하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즐겁게 항해해 가길 마음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