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The MET

비 오는 날 데이트

by 바 람

비 오는 날에는 미술관이 최고다. 센트럴파크 5번가에 위치한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을 일요일 딸과의 데이트장소로 정했다. 가볍게 보고 카페에서 따뜻한 아몬드라테를 마시며 비 오는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즐기기로 한다.

메트(MET)는 세계 3대 미술관인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바티칸박물관에 이어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과 함께 3위를 다툰다고 한다. 특히 이집트컬렉션은 이집트외의 나라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는데 무덤을 통째로 가져온 강대국의 욕심 아닌 욕심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덕분에 이집트문명을 아프리카현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뉴욕에서 볼 수 있어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 머리 잘린 조각들을 보면서 어느 부호의 개인장식품으로 있을 법한 것을 그나마 지켜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일제강점기나 수많은 외침으로 사라진 국내 역사유물들을 떠올리면 역시 문화는 나라가 힘이 있어야 지키고 스스로 문화의 가치를 알고 기꺼이 대가를 치르면서 지켜낼 때 보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주변의 어느 나라들처럼 남의 역사를 억지로 자기네 역사인 것 마냥 포장하지 않고 그 고유한 유래와 출처를 밝히는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을 표현한 작품들이나 흑인작가들의 작품을 위한 특별전시도 인상적이다.

정착지 이주에 지친 모습, 자긍심에 찬 어느 추장, 대자연의 영혼과 하나되는 인디언
마네의 Repose (휴식)

작정하고 보려면 도대체 며칠이나 걸릴까? 욕심은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그나마 익숙한 19세기 유럽미술이 전시된 2층 800번대 홀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마네, 모네, 고흐, 세잔, 르노, 드가, 피카소, 클림트 등의 작품이 방방에 걸려있다. 아주 부자 미술관이다.


12월에 들어서는 깜짝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주변 작품들과 멋지게 잘 어울린다.



에이드리언 파이퍼 Adrian Piper “Everything #4”

관람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도 요가수행자이자 콘셉트미술가인 에이드리언 파이퍼(Adrian Piper)의 거울에 비친 “Everything will be taken away(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 빼앗길 것이다)” 작품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내며 살다 가나.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집착이 사라진 세계의 자유함을 그려본다.


잔잔한 여운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이제 그만 눈호강은 즐기고 비 오는 날 따뜻한 차 한잔을 위해 문을 나선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이만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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