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의 휴가
3박 4일 휴가를 낸 딸들과 함께 캣츠킬산장으로 들어왔다. 이번 휴가는 산장에 머물며 최대한 느리게 지내보기다. 너무 바쁘게 살아왔으니 좀 심심하고 지루함이 되려 값질 것이다. 지난 주말에 킹스턴에서 러닝을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고 이번 캣츠킬휴가에 트레일러닝만큼은 꼭 해보자고 한다. 그 정도는 타협이 가능하다.
산장에는 심심한 투숙객을 위해 몇 가지 보드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오랜만에 기억을 더듬으며 단어 맞추기 게임에 진땀이 흐른다.
팍스빌(Parksville) 길거리 모습은 몇백 년 전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로컬갤러리(Catskill Art Space) 전시 수준은 뉴욕챌시 컬렉션 못지않다. (Sol Lewitt, James Turrell, Francis Cape 작가들 작품 전시 중)
낯선 곳이라 구글검색과 Ai검색을 동원해서 근처 트레일러닝 코스를 찾았다. 몇 개의 후보지중 초보자도 달릴만한 3-4km 정도의 팍스빌 레일트레일(Parksville rail trailhead)을 선택했다. 늦가을 흐린 날이기도 해서인지 기대만큼 매력적인 경관은 없어도 평탄한 트레일러닝을 경험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이튿날은 아침까지 비가 내려서 트레일코스에 물이 적당히 빠지길 기다리다 점심쯤 헐리빌트레일 (Hurleyville milk train trail)로 출발했다.
가는 길 산등성이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은 광활함, 넓디넓은 하늘과 땅을 보는 즐거움, 미대륙만의 익숙한 아름다움이다. 이 거친 땅에서 드문드문 자리하는 집들과 농장을 볼 때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삶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엿본다. 남의 신발을 신어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수만 년 빙하로 만들어진 로크 셀드레이크(Loch Sheldrake) 호수를 가로질러 달리는 헐리빌트레일은 계절 탓인지 한적하다. 오롯이 자연과 교감하며 달리기에는 최적이다.
1920-30년대 유명연예인들이 찾는 리조트로 화려한 명성을 날렸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고 호수가 만들어낸 조용하고 아름다운 절경만으로 그 명맥을 유지한다고 한다. 사실 뉴욕맨해튼에서 2시간 만에 이런 대자연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고개만 들면 하늘이고 조금만 나서면 나보다 큰 내가 있다. 무수한 변화와 다양한 모습의 대자연을 대할 때마다 부여잡고 사는 삶 또한 그 변화 속에 흘려보낸다. 살아있는 이 순간, 단지 고마운 마음으로 이 땅과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한 마음을 새롭게 한다.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햇볕과 구름, 바람의 조화에 같은 듯 다른 모습, 그대로인 듯하면서 변화하니 자연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