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상

자유로움

by 바 람

최근 뉴욕일상글을 쓰면서 주변 지인들로부터 질문들을 받는다. 예술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누구는 그림이 제일 어렵고 누구는 무용이 어렵다고 한다. 재즈도 그렇고 클래식도 즐기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 누구에게는 법률과 정책, 제도, 정치, 금융이 어렵고 스포츠가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 느끼는 우선적인 절박함을 해결하는데 대부분의 삶을 쏟아붓느라 그때그때 그 분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예술을 어떻게 즐길 수 있지? 이 질문은 이제 이 분야에 눈을 뜰 수 있는 나만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딸마저도 막상 그림감상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왜 어려울까?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문득 논리적인 사고와 감성적인 사고구조를 갖은 차이가 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부터 봐야겠다는 의도는 좋다. 작가의 의도나 표현방식, 역사적 의미 등등 사전지식을 갖고 보면 훨씬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작품의 예술적 가치에는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 독창성등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감성에 대한 자극이 있다. 더 이상 작가의 의도와 시대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오롯이 감상하는 관객의 의식세계를 울리는 자극이 있다. 그 자극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의해 재편집되면서 자기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 경험이 가능하게끔 스스로를 작품을 향해 열어두어야 한다. 작품을 통한 자극을 방어하거나 분석하기에 앞서 볼 수 있으면 보고, 들을 수 있으면 듣고, 냄새 맡을 수 있으면 냄새 맡는다. 온 감각을 열어두고 자극에 어떻게 반응이 일어나는지 기다려준다. 춤이던 그림이던 음악이던 이미 우리 안에는 수만 년에 걸친 집단기억이 유전자안에 새겨져 인류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았다. 그 정서에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감상의 시작이다. 작품에 대한 해설과 정보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 도움 되지만 달은 고개 들어 하늘을 살피면 보인다. 어디 숨어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도 그러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이미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반응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일 수 있느냐, 내 안의 그 가녀린 떨림을 얼마나 감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세계는 오롯이 나만의 고유영역이다. 모든 작품 앞에 반응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딱히 울림이 없으면 그냥 지나친다. 이 또한 가벼운 자유로움이다. 뭔가 나를 멈추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이 시작이다. 예술감상의 즐거움은 내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평소에 감지 못했던 수많은 감성과 머리에 떠오르는 기억과 상상들, 그것들을 즐기면 된다. 그 통합된 그 무엇이 영혼을 깨우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내 안에서 나이상의 무엇, 시공을 초월한 그 무엇과 소통하는 경험, 표현하기 어렵지만 묘하게 전해지는 깊은 연대감, 그리고 그것마저도 가벼이 흘려보낼 때의 자유로움. 이런 것이 예술을 감상하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알아차리는 감각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단시간에 계발되긴 쉽지 않다. 조금씩 조금씩 알아지는 만큼만 알아지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즐길 뿐이다.


깊어가는 겨울, 작은 즐거움을 나눠보겠다고 엉겁결에 헛손가락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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