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 AMNH

문명이전, 인류의 시작과 미래

by 바 람

미국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은 3,400만 점이라는 방대한 수집품을 소장한 세계 최대규모의 자연사박물관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크 81번가에 위치한 박물관은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촬영장으로 유명세를 더하기도 했다. 공룡관, 해양관, 우주관, 아프리카 포유류관, 그리고 2023년에 오픈한 표지이미지의 길더관등은 워낙 유명하여 귀국 전까지 꼭 방문할 곳으로 손꼽고 있었다.

2층으로 연결된 메인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의 웅장한 홀이 나타난다. 그 중앙에 거대한 공룡화석이 자리 잡고 있고 사방에는 루스벨트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정신과 역사적 소명의식등 미국인이 계승해야 할 가치를 벽면에 새겨 넣어 선언하듯 기리고 있다.

이제 인류지성의 집결체인 자연사 성전에 발을 내딛는다. 내심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이 인다.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폐장시간 5시 30분까지 관람시간 3시간 반만이 주어졌다. 전체를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전략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흘러가는 대로 볼 것인가. 이번엔 후자를 택했다. 보는 만큼, 보이는 만큼, 그만큼만 가슴에 담으리라. 앞서가려는 마음을 살살 달래며 발길이 이끄는 대로 한 걸음씩 옮겨본다.

명불허전. 아프리카포유류관에 전시된 야생동물의 박제기술은 놀라웠다. 순간을 포착한 동작에서 살아있는 듯한 섬세한 근육표현, 그리고 피부의 잔주름마저도 복원한 기술력과 연출력은 볼 수록 감탄하게 된다.

박제된 동물들과 관람객이 같은 공간에서 겹쳐지는 모습은 묘하게도 삶과 죽음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는 시공간의 무중력상태를 경험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 콩고에서부터 중미 멕시코 마야, 잉카, 아즈텍을 지나 남미아마존, 북미해안인디언까지 발길 가는 대로 인류의 살아온 삶을 둘러본다. 자연과 더불어 서로를 위하고 생존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과 부족을 이루고 문명까지 이룩한 다양한 지역 속의 인류의 모습이다. 짧은 시간 지구를 한 바퀴 돈듯하다. 하루 종일 봐도 지겹지 않겠다. 수집품의 전시방식은 보는 관람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간히 영상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빠짐없이 표시되어 있다. 세세한 설명이 너무 궁금하지만 모두 번역기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럴 땐 짧은 영어가 아쉽다. 평소에 언어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더 생겼다.

인류변천사(두개골화석)
42개의 서로다른 피부색의 인류를 팬톤칼라칩에 맞춰 전시(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전시는 질문과 함께 열려있는 답을 제시한다. 왜 수집을 하는가? 누가 누구를 위해 이런 수집을 하는가?

곳곳에 질문들과 답들이 짧게 던져진다.

침팬지, 네안데르탈린, 호모사피엔스(현생인류)는 유전적으로 98.2% 는 같고 차이는 단 1.8%란다. 작아 보이지만 이차이는 5,700만 개의 유전적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같은 인간끼리는 99.9%가 같은데, 단 0.1% 도 320만 개의 유전적 차이를 만든다고 하니 끝없이 변화하는 인류를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무엇이 현생인류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현생인류는 지속가능한가?

우주에서의 지구, 그리고 그 지구에서의 인류역사를 통해 다른 유인원과 차별된 지성의 발전을 본다. 상상하는 힘, 상상하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달하는 힘으로 서로 소통하고 나누고 돌봄으로써 성장 발전해 온 현생인류의 현주소를 바로 이곳에서 나의 몸과 정신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우주광학카메라로 담은 우주의 모습

인류관을 보고 나니 남은 시간은 이제 30여분 뿐. 공룡관, 해양관, 우주관, 지구관등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짧은 반시간 앞에 도착한 곳은 광물관(Hall of Mineral)이다. 자연이 품고 빗어낸 광물의 아름다움을 보니 역시 예술의 원형은 자연이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내 안의 즉각적인 공명은 나와 자연이 지극히 하나임을 유전자 깊이 본능적으로 확인하게 해 준다. 예술이 추구하는 조화와 균형, 완성도, 그리고 그것이 전하는 생명력, 바로 이것이 자연의 일부인 인류자신을 통해 다시 재생산되는 것이다. 결국 같은 결이다.


자연을 자본의 제국주의적 논리 앞에 무참히 잠식해 온 서구문명의 중심에서 참신한 자기 검열보고서를 대하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적어도 지구의 역사 속에서 현생인류가 지금껏 무엇을 해오고 있었는지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태도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이렇게 뉴욕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