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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Aug 03. 2018

바람의 길, 사람의 길 2

-바람의 부녀 차마고도를 가다 2일 차

차마고도 2일 차- 구름과 옥룡설산


눈을 떠보니 구름이 눈앞에 있다.

별에 취한 잠, 창가로 비치는 햇살에 못 이겨 몸을 끌고 문밖을 나서니 펼쳐진 전경.

어제 본 밤하늘의 실체가 드러났다. 또다시 가슴이 뛴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찾는구나.

도시에 길들여진 삶에 이렇듯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때 묻지 않은 자연이다.

어제 새벽 4시 44분 리무진 버스를 시작으로 18시간에 걸친 길가의 노고가 밤하늘 별들의 군무에 씻겨졌다면, 이번 여행의 서막을 밝게 알리는 햇살이 나를 반겼다.

다행이다.

반나절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운 산 날씨라고 가이드가 조심스럽게 날씨정보를 흘렸는데,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그리고 구비구비 봉우리들을 휘감는 구름의 춤사위는 지난밤 별들 못지않다.

이러한 곳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무엇이 이리도 사람을 이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마을을 만들게 했을까? 여행을 시작하기 전 궁금했던 차마고도, 사람의 길...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아침을 끝낸 낯선 여행객들, 제법 진지해 보이는 그룹이다.  꽤 멀리 수련회를 왔나보다.
하얀 벽에 검은색 페인트로 거침없이 그린, 그래서 모던하게 느껴지는 동양화와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는서양인들과의 조화가 제법 멋지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봄직한 조각문양이 또 다른 색감과 상형 문자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옅은 오렌지 색상의 바탕에 과감한 흰색 테두리와 바다 물결, 거칠게 칠해진 붉은 벽돌색 위에 그려진 노란색 상형문자, 익숙한 연꽃무늬, 초록과 연분홍의 조화는 우리에겐 낯선 색감이지만 이들에겐 무척 친근한 전통적 색감 이리라. 모든 것이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지는 않지만 원초적 힘이 넘친다. 토속화의 매력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의 남녀구분 표시, 집주인의 회화적 감각을 볼 수 있다.
나시가족객잔(Naxi Family Guest House) 벽면 호도협 약도

객잔의 한쪽 벽면에는 호도협에 이르는 약도가 그려져 있다.

마치 순간 이동으로 칠흑 같은 밤에서 놀랍게 펼쳐진 아침 광경에 어리둥절해 있는 터라 가이드의 진지한 설명은 한쪽 귀에서 다른 한쪽 귀로 흘러갈 뿐이다.

  

아침햇살이 마냥 좋은 아기 고양이형제, 그 평화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4마리의 말에 짐들을 나눠 싣고 최대한 몸을 가볍게하면서 차마고도길에 오른다.

작년에 관광객을 위해 좁은 길을 시멘트로 깔았다고 한다. 어디나 개발이 독이다. 멀리 산을 파헤쳐 터널을 뚫고 길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슴이 파이는 듯하다. 누구를 위한 개발일까? 이곳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인가 보다.

딸의 등장

여행은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 그리고 어떤 날씨에 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멀지만 너무도 가깝게 손으로 잡힐듯한 구름

이틀 전까지 비가 계속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날씨에 대해 장담을 못했던 현지 가이드. 어쨌든 지금은 너무도 맑고 좋은 날씨다. 너무 큰 선물을 받는 듯.

해발 2800미터 고지라 숨이 차긴 차다. 그래도 펼쳐진 전경에 마음 뺏겨 힘든지도 모를 지경

아이폰으로 줌인한 옥룡설산의 머리
눈높이 구름과 산봉우리
어릴 때 구름보면서 연상놀이했던 기억이 난다
구름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딸과 함께 하니 더욱 아름답다
차마객잔으로
많이 봤슴직한 사진
이런 길을 계속 걷는다. 다른 이들은 없이...
이 맛에 산을 가는 구나
많이들 마주친다는 말떼, 나도 만났다.
드디어 중도객잔
땀에 젖은 옷들도 씻고 쉬어야지
원색의 깃발들




오늘은 머리가 할 일이 없었다. 그저 온몸으로 눈으로 호흡기로 산과 구름의 길을 걷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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