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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Mar 11. 2019

마드리드 가는 길

프라도 미술관

이번 여행도 큰딸의 콜 덕분에 예정에 없던 스케줄을 만들어 출발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봄방학, 5개의 공모전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와중 숨 돌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단다.

일주일의 시간, 아내의 허락 아래 나 역시 봄 상품 출시 일정을 바쁘게 체크해 본다. 쉽지 않지만 한번 맞춰볼 심산이다. 이번엔 내가 모든 스케줄을 준비해야 한다. 그간 여행은 비행기표만 내가 예매하고 나머진 아내가 세세한 스케줄을 다 맞추었다. 지난 차마고도도 큰딸이 여행사를 찾아내어 나는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한 항공권과 트라바고와 수많은 블로거의 도움으로 호텔과 기차 편을 예매했다. 시간은 많이 썼지만 참 놀라운 세상이다. 찾고자 하니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정이 손에 쥐어졌다.

마드리드(프라도 미술관)-세고비아(십자가의 성 요한)-바르셀로나(사그라다 파밀리아)-몬세라트(수도원), 꼭 경험해보고 싶은 장소를 정하고 나머진 상황 허락하는 대로 맡기기로 했다.  딸은 스페인의 햇살이면 충분하단다.


태양의 나라,

무적함대의 식민제국을 이뤘던 나라

와인 가성비 좋은 나라

최근 유럽 국가 중 경제형편이 만만치 않은 나라

아빌라의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을  배출한 나라.

그리고 가우디의 도시가 있는 나라...

그밖의 축구, 플라밍고, 투우등등

알만한게 제법 많고 숨은 매력이 많은 나라이다.


25년 만의 두 번째 스페인 여행이 시작된다.

먹음직한 간식거리 풍부한 산미구엘시장
일요일만 열린다는 라스트로 벼룩시장

생각보다 쌀쌀했던 마드리드 시내 3월 초의 날씨는 밝은 햇살 아래에서도 제법 몸을 움츠리게 했다. 그래도 정오의 노천카페는 스페인의 햇살을 만끽하기 충분했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발코니딸린 H10 호텔

이제 숙소에 짐을 풀고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한다.

외관공사중인 프라도미술관
엘그레코의 초상화를 전면에 세운 안내책자

사실 지난밤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서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아침 비행기로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딸을 만나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오늘 혼자라도 프라도 미술관을 못 가면 후회할듯하여 홀로 호텔방을 나섰다.


마드리드에서 꼭 가보고 싶은 단 하나의 일정, 유럽의 대표적 3대 미술관중 하나를 관람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과연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얼마큼이나 감상을 할 수 있을지 조바심이 앞선다.  

표를 사고 들어가니 시큐리티 검사가 제법 삼엄하다. 카메라 촬영도 금지란다. 워낙 엄숙한 보안 분위기라 촬영은 포기하고 관람에 집중하기로 했다.

친절한  한글판 안내서 덕에 대표작들은 대체적으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대학 때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슬라이드로 봤던 명작들의 원본을 정말 푸짐하게 한상차림으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벨라스케스, 듀러, 루벤스, 라파엘,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엘 그레코와 고야의 작품들을 한두 점이 아닌 수십, 수백 점으로 대하니 그 깊이와 다양함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수백 년간 쌓아 올린 탁월한 예술적 천재들의 작품들 앞에 그간의 짧은 식견이 그저 초라해질 뿐이었다. 원화를 보기전까지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안내서 표지에 나와있는 엘 그레코의 ‘the nobleman’ 초상화와 나란히 전시되어있는 비슷한 시기의 작품인  ‘the elder’ 초상화는 단연 오늘 관람의 백미였다. 내나이가 그러한지 중년의 깊이 있는 인격이 너무도 생생히 살아있었다. 사진으로 담지 못하니 눈과 가슴에 조금이라도 깊이 새겨두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정오의 햇살과 엘 그레코의 초상화만으로도 오늘 마드리드의 여정은  충분히 보배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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