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 람 Aug 12. 2018

바람의 길, 사람의 길 5

바람의 부녀 차마고도를 가다 - 옥룡설산 그리고 바람의 길

여행 5일 차 - 바람의 길


북한산과 설악산에 익숙한 나에게 옥룡설산은 그 거대한 체격의 위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여성스럽게 느껴졌다. 암벽 표면의 섬세한 결이 매끄러운 듯 부드럽고 푸근해 보이는 것이 근육질의 북한산에 비해 마치 어머니의 아련한 품과 같았다. 그래서인지 2박 3일 트래킹의 피로를 쉽게 잊게 만들고 어느새 그리워진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려는지 옥령 설산 정상 일정이 있었다. 구불구불 지루한 버스길이 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 순간 모든 게 용서되었다. 하지만 2박 3일간의 트래킹은 온전히 설산과의 데이트였다면  막상 정상에서는 쉽게 오른 관광객들과 함께 있는 순간, 애인을 뺏기는 심정이었다. 나만의 산에서 모두의 산으로 내어준 서운함이 스친다.

높은 산은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나 보다.

그 경건함에 응답하듯 설산을 마주하며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깃발의 염원들.

나무처럼 땅에 삶의 뿌리를 두고 있지만 땅의 한계를 벗어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은 펄럭이는 깃발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인식시켜준다.

구름을 춤추게 하고 구름을 움직여 산을 신비롭게 만드는 존재, 바람.

생명의 숨결.

태양의 생명을 세상 곳곳에 골고루 나눠주는 역할을  부지런히 수행한다.

막상 사 원 안은 관광객으로 북적여 신성한 영혼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산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군무. 공원의 허락된 마지막 시간이 다가와 그들의 화려한 공연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내려와야만 했다.

고지에 핀 들꽃들 하늘의 별같이 반짝인다
너무도 쉽게 정상에 오르고 내려온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과 경험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은 알고 있을까?

2박 3일 트래킹이 없었다면 나는 이 정상에서의 만남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산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 도시는 무엇일까?

바람, 구름, 산, 물..

이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곳.

도시는 오직 인간만을 위한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만든 길은 사람만의 길이다.

도시는 사람 말고 무엇을 고려하며 만들어졌을까?

도시가 커지면 어떻게 될까?

지구온난화,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올해는 동해안도 덥다고 한다. 바다 수온이 계속 올라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도시시람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이다.

도로가 막히거나 정전이 되고 수돗물이 안 나오고 하수구가 막혀야 실감 난다.

인간에게 공존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량 사육, 대량재배, 대량생산. 인간은 살기 위해 인간 외의 생명은 인간을 위한 도구로 밖에 보지는 않는지. 그리고 도시 안의 인간은 다른 인간을 도구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도시의 생태계가 자연스레 인간 중심으로 또 인간들 중에서도 영향력 있는 인간들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 질문들 조차 사치스럽고 낯설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말이다.

다양한 인간 계층과 다른 문화의 종족들, 그들이 서로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곳. 이상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누군가가 조금씩 실천하는 것 또한 도시의 인간이기도 하다.


이제 인간이 만든 산, 리장이라는 도시로 간다.


차마고도가 만든 무역도시, 리장.



작가의 이전글 바람의 길, 사람의 길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