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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Apr 10. 2023

뉴욕, 마이애미(1)

뉴욕 첫날

비행기표 예약에서부터 ESTA비자 발급등 초기화된 기억을 다시 불러 일정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새롭고 어색하다.

코로나로 멈추었던 해외여행이 이렇게 다시 시작된다.

가족상봉을 뉴욕에서 한다는 기대감에 앞서 위축된 마음이 예약결재를 미루고 미루다가 가까스로 결재를 했다.

뉴욕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비행기창문밖으로 펼쳐진 밤하늘은 깊은 우주공간으로 빨려가듯 신비롭다.


옅은 기압으로  기내의 크고 작은 소음은 빨려 들어가고 먹먹해진 귓가에는 환기장치 돌아가는 소리만 가득하다. 멀리 단조롭게 깜빡이는 날개의 불빛만이 짙은 어둠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해주고 있다.

시간을 건너가는 비행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체험이다.

14시간을 비행해서 다시 같은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여행, 신체의 바이오리듬은 이 혼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잠으로 유혹한다.



이번 숙소는 아내가 맨해튼중심으로 접근이 쉬운 Wall street 근처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다. 마침 Staten Island Ferry Whitehall terminal (자유의 여신상을 갈 수 있는 여객터미널)이 옆에 있었다.



숙소에서 마주 보이는 One New York Plaza는 오피스용으로 1970년에 오픈한 건물인데, 2014년에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지하상가엔 Starbucks 등 커피숍과 작은 상점들이 있다. 벌집 같은 반복적인 정방형 창문모양이 묘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모더니즘 건축양식이다. 금융가에 자리 잡아서인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다.


One New York Plaza



병원예약을 무기한 뒤로 미루고 딸들을 본다는 명목으로 비행기에 올라서인지 애써 밝은 마음 갖아보려 하지만 가라앉은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다.

보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3월 말인데도 비 섞인 강한 돌풍과 함께 기온이 4도에서 14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씨덕에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시간도 귀하고 값지다.

몸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단지 느낌으로 달래는 마음이 생생하다.

함께하는 가족들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시차를 핑계로 무거운 몸과 마음을 침대에 묻었다.

그래도 함께 있어주는 가족이 있어 마치 따스한 온천물에 몸을 내맡긴 듯 평온함과 나른함이 전신을 감싼다.

너무 쉽게 잠든다.  


일상화된 전기자전거


잠이라도 깰 겸, 큰딸이 안내한 곳은 근처 Joe & The Juice 커피숍. 동부에서는 제법 유명한 커피체인점이란다. 높은 천장에 부분적으로 거친 노출마감을 하고 적절히 원목과 검정철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뉴욕감성이다.

Joe & The Juice coffee shop

뉴욕에 왔구나.



Boqueria 스페인식당

큰딸이 저녁으로 예약해 둔 스페인식당 Boqueria, 뉴요커덕에 다양한 메뉴를 먹어본다. 지난번 스페인에서 먹었던 빠에야집 보다 더 맛나다. 역시 맛집은 다르다. 시끌벅적 서빙하시는 분들도 라틴계열이라 스페인분위기 물씬 난다.

미국에서 번돈 미국에서 쓴다고 한사코 큰딸이 계산한다.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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