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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May 17. 2023

춘천 장군길

전원주택

친구는 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춘천이라 했다. 두꺼비오형제의 첫 장거리 라이딩 코스 중의 하나이기도 했던 이 도시외곽에 작게 숨겨진 비경이 있었다.

신숭겸장군의 묘가 있는 장군길이다. 신숭겸장군은 후백제 견훤과의 전쟁에서 태조왕건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그를 대신하여 갑옷을 갈아입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 긴박한 상황이 그려진다. 전우애와 충성심, 왕건은 그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황금으로 머리를 만들어 세 개의 봉분을 세워 묻었다고 한다. 황금으로 어찌 그를 대신하고 그 마음을 다 기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천년이 지나 태조왕건의 무덤은 중국사천 어딘가에 있는지 이 땅에 선 찾아보기 어렵더라도 그를 목숨 바쳐 지킨 충정 어린 장군의 묘는 여전히 이 땅 한가운데 남아 의연하게 우리를 지키고 있다.

세 개의 봉분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면 멀리 춘천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장군이 아직도 두 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듯하다. 묘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숲 역시 장군의 기상을 나타내는 듯 굵직굵직하게 사방으로 뻗쳐있다.


이제 숨겨진 작은 비경 길인 장군길을 간다. 이 길은 길너머에 자리 잡은 지인덕에 알게 되었다. 그의 집을 찾을 때면 그윽한 숲향기가 늘 먼저 반겼다. 몸에 밴 도심의 탁한 기운이 심호흡 몇 번으로 씻겨지겠냐마는 그 향기에 나도 모르게 취해 절로 깊은숨을 들이켜게 된다. 공기도 맛이 있나 보다.

지인에게는 매일 갈 수 있는 일상의 산책길이지만 도시에서 잘 다듬어지고 관리된 등산길과 둘레길에 익숙한 나는 길조차 찾기 어려운 이 숲길이 무척 신선하다. 햇빛을 가리며 마구자란 나무들, 찌를 듯 거칠게 쓰러져 있는 나무통, 발바닥에 전해오는 수북한 솔잎과 전나무잎들 , 자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대하니 숲을 향한 마음이 한껏 열린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인사 나누고 사귀고 싶어 진다.


벌써 지은 지 5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말끔하게 외벽칠단장을 하고 초대받았다. 텃밭 가꾸고 풀 뜯다 보면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는 줄 모른다고 한다.

참 아름답다.

오래도록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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