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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May 21. 2023

장봉도 신시모도

5월의 라이딩

지난 4월, 1박 2일 섬진강라이딩 후 새로운 코스에 대한 기대감 속에 5월 정모가 훌쩍 다가왔다. 당일코스지만 좀 멀리 가고 싶은 바램이 모여 인천영종도 삼목항을 통해 가는 신시모도 섬투어로 결정했다. 신시모도는 몇 년 전 선배형님들과 트랙킹을 갔던 좋은 추억의 장소라 친구들과 함께 라이딩할 생각을 하니 익숙한 듯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생겼다.


매 30분 간격으로 두 개의 선박회사가 운영하는 10분이 채 안 되는 배편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우리의 캡틴은 지난번에 이어 둔근페달링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전한다. 신도항에 도착하자 둔근페달링에 적합한 클릭위치 및 안장위치를 조정하고 개별적으로 라이딩 자세를 코칭한다. 지난번 멤버들 모두 그 효과를 경험했던 터라 새로운 페달링에 맞춰 적극적으로 피팅을 하였다. 새로운 기술을 배웠으니 이제 써먹어 봐야지.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손색없는 5월의 맑고 푸른 하늘과 온몸을 감싸주는 선선한 바닷바람이 우리의 출발을 가볍게  응원해 준다. 작은 섬이라 섬을 관통하는 하나의 도로를 왕복하는 코스라는 게 다소 아쉽지만 도로를 전세 낸 듯 여유롭고 한적한 길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기쁨도 잠시 앞서 달리던 캡틴의 체인이 언덕길에서 끊어져 나갔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다행히 정비할 도구를 갖고 있어 함께 힘을 모아 끊어진 체인을 잘라버리고 새롭게 이어 붙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순간 더욱 함께 함이 빛을 발한다. 즐거움을 함께하기도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서로 함께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모도를 건너가는 다리옆 바위 위에 달리는 청춘남녀의 조각상, 의외성이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2시를 조금 넘겨 찾아간 섬에서 15년째 운영 중인 짜장면집, 이름에서 이름 그대로 주인장의 투박하면서 단단한 고집을 읽을 수 있었다. 찍먹 부먹의 선택의 여지가 없이 토마토케첩향이 강한 부먹의 탕수육이 푸짐하게 나왔다. 3시가 되자 허겁지겁 현관문을 여는 청년일행에게 주인장은 오늘 팔 재료 다 소진했다며  가볍게 거절한다. 마을에서 그나마 단골이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제 몇 안 계시고 외지에서 이사 온 분들을 상대로 저녁장사가 큰 의미가 없어 일찍 문을 닫는 게 자리 잡았다고 한다.

신시모도는 신도, 시도, 모도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3개의 섬을 모두 둘러보는데 30여 킬로 밖에 안된다. 현재까지는 능선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트래킹을 하는 도보여행이 좀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언제 누구와 함께 어떻게 갔느냐가 여행의 맛을 좌우하지만 말이다. 별 기대 없이 장봉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장봉도 초행길에 실망할게 염려스러우신지 안내하시는 분도 조심스레 장봉도를 찾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하신다. 역시나 신도행 배와는 달리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 20여분 바다 위를 달리는 선상에서 멀리 섬을 향해 해무가 밀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광활한 회색빛 바다에 부딪치는 햇살의 파편을 바라보며 잠시 잠깐이지만 그 옛날 바다를 지키셨던 이순신장군이 떠올랐다. 고마우신 분이다.

장봉도항을 내려서자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가 몰려왔다. 해무의 영향인지 물기 먹은 바람이 무겁고 차가웠다. 짧은 시간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이다. 신시모도에 보였던 청춘남녀의 발랄한 모습들은 사라지고 트래킹 복장의 그룹 지어 다니는 몇몇 중년팀들이 보일 뿐이다 짧은 고개너머 펼쳐진 옹암해변은 절로 우리를 멈추게 했다. 해변 주변으로 캠핑텐트가 옹기종기 보였지만 전망대위에 펼쳐지는 춤추는 해무에 어우러진 해변의 모습과 바다풍경은 장관이었다.

신시모도의 짧은 아쉬움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톨스토이는 그의 짧은 소설에서 타락한 천사의 눈을 통해 사람옆에 있는 사람을 그렸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지구시계가 마지막 12시를 향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속에 지구역사에서. 현생인류의 조상이 수많은 호모종중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새로운 과학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열대, 아열대, 온대, 툰드라, 극지방등 다양한 기후환경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이 그중 하나라고 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단 250년 만에 인류가 만든 기후재앙을 이번엔 어떻게 풀어갈까? 최근 발간된 제러드 다이어먼드 UCLA교수의 책소개를 보며 지난 시간 누려온 대자연의 혜택을 다음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을까 반성하게 된다.

보잘것없는 민초였지만 시퍼런 독재정권을 무너트린 것을 보았던 80년대 열정을 떠올린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뤄놓은 고도의 소비중심의 산업화사회가 이젠 기후재앙이라는 청구서를 들고 우리의 삶을 목 졸라 오고 있다. 우상시되어 온 종교권력과 정치권력, 자본권력이 끝 모를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힘의 균형이 깨지고 양극화되는 불평등이 너무도 만연해져 있다.

미안하다. 내 청춘도 그중 하나였다.


가득 차면 넘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해무 낀 장봉도를 뒤로 하며 진천해변을 향해 오르던 오르막길의 깊은 산내음, 고요한 바다.

자연이 말을 건다.

이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대자연을 만끽한 즐거움 속에 전해진 무거운 울림을 달래며 삼목항으로 돌아왔다.

차가워진 몸을 녹일 겸 근처 예단포구로 향했다.

구청도움으로 해변을 매립하여 현지 어촌계들이 마련한 식당가라고 한다. 친구가 자주 가던 맛집은 화재로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백원이네 맛집을 찾았다. 건설업을 하다가 9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하신다는 사장님은 바지락 없는 해물칼국수의 원재료관리와 수년간 연구 끝에 완성한 해물파전레시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계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성을 갖고 계신 분들을 뵈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일상의 삶이 그 아들과 딸들에게 이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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