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모바일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쓴지는 오래되었지만 내가 사용하는 최소한의 기능 이외에는 잘 모른다. 그러나 점점 내가 모르는 이 기기들의 기능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의 틀이 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은 실감하는데 난 이미 와있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이 전화기의 기능을 뛰어넘은지는 까마득한 예전이다. 이제는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이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기능을 모르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눈 번히 뜨고 소외를 당하기 십상이다. 내 아이들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의 갭이 점점 커지며 심지어 모임의 총무 노릇도 제대로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늘 눈치로 대충 더듬고 딸에게 물어서 해결하곤 하다가 마침 기회가 되어 모바일 강의를 듣기로 한 것이다.
대부분 평균 연령이 50 정도는 되어 보이는 분들이 여남은 명 모였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뭔가 목적이 분명한 분들이다. 주로 영업력이 필요한 분들로 보험회사 소장님, 자영업자, 창업 준비하는 분, 한방 제제를 만드는 분, 수의사, 양봉을 하는 분등 뭔가를 팔 필요가 있는 분들이다.
첫 시간은 현시대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개요와 왜 블로그 작성을 해야 하며 포털상의 많은 노출이 어떻게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가? 에 대한 이야기 그 성공 사례 그리고 실습으로 이어지는 강의로 시작했다. 강의하시는 교수님의 지론에 따르면 본인은 자신의 강의 능력을 드러내서 팔 필요가 있는 분이었다.
더 많은 내 블로그 방문자를 만들고, 포털의 상위에 노출시키고 그것이 구매력으로 직결되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들으며 속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나야말로 그것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는 더 이상 판매할 것이 없는 사람, 내 앞의 시간을 조용히 즐기며 소규모의 맘에 맞는 사람들과의 교류로 만족하는 사람, 불필요한 구매 욕구를 최대한 멀리하고 내 앞의 것에 자족하려고 맘먹고 또 그것이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수업 내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쉬울 것이 없는 분,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하지 않은 분은 구태어 이런 노력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강의하는 교수님의 말이다. 마치 내게 하는 말 같다.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함께 배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정글에 서 있었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소리 없는 전장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제는 애써 팔 것 없이 비켜선 사람이라는 사실이 감사했다. 자발적 은퇴자.
동급생들이 팔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생업에 관한 일이라 다들 열심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아주 성실한 분들.
비번 아이디의 개념도 모르던 70대의 벌꿀 치는 할아버지가 블로그를 배운 7년 후 자신이 농사지은 벌꿀을 늘 완판 시킨다는 이야기도 사례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 덕에 각종 티브이에 출현하게 되어 늘 예약제로 1년 전에 벌꿀을 미리 파신단다. 그런 비슷한 사례로 대추 농장을 하시는 80대 할아버지, 시골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시는 노인분들이 있었다. 상대를 믿을 수 없는 시대에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제품을 소상히 알림으로 신뢰를 얻고 그게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의하는 교수님이 소상공인의 교육에 주력하는 이유이자 보람이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늘 잠을 자거나 아무런 호기심이 없는 학생들 가르치는 것보다 이런 분들을 교육하는 것이 "몸에 사리가 나올 정도"로 힘들기는 해도 보람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요즘 SNS상에는 자신의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를 갔다 왔고 누구를 만나며 뭘 먹었다는 것까지. 저렇게 사진 찍고 글 올리며 어떻게 여행을 즐기고 느긋하니 쉴까 싶다. 게다가 한창 젊은이들이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죄다 내보이는 것의 부작용은 없을까? 싶은 쓸데없는 걱정까지. 저들이 드러내고 싶은 것이 자신의 이미지나 먹고 마신 것 등등이 아니라 "난 외로워요."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싶은 의문조차 들었다. 정치인이나 공인도 아닌데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죄다 내보이는 삶이 그리도 즐거울까? 싶으면서도 바로 이런 내가 아날로그 시대의 인물이란 딱지가 붙어 마땅한 것인가? 싶은 생각까지.
어쨌거나 매일 블로그에 글 하나씩을 올리라는 선생님의 숙제는 못하고 있다. 내보이며 팔 것도 없고 또, 그렇다고 내 일상사를 불특정 다수를 향해 올릴 용기도 없어서. (선생님은 5000개의 블로그 중에 부러 나를 찾아내서 볼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 사회관계망을 지혜롭게 사용할 필요성과 그 접점을 찾을 때가 오겠거니 맘먹고 학생의 입장에서 내가 몰랐던 모바일의 세계를 하나하나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