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올여름에는 매미 울음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나만 그런 것인지 올해 기온이 특별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우는지 귀찮기도 했는데 안 보이니 서운하고 여름 맛도 안 나고 더 팍팍한 느낌이었다. 매미도 참매미 울음이 시원하고 듣기도 좋다. 참매미는 고사하고 어째 우리 앞산에는 올해 매미 씨가 말랐는지 모를 일이다.
전에 보면 서울에서는 매연으로 뿌연 가로수에 빽빽하니 붙어 진종일 울어대는 매미는 참 품위도 없고 지악스러워 보였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을 죽은 듯이 땅 속에서 보내고 겨우 2주, 길어야 한 달 정도를 살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매미가 자리 잡은 곳이 겨우 공해로 찌든 대로변 가로수라면 너무 안쓰럽다. 근처의 아파트 주민들도 시끄럽다고 전혀 반겨하지도 않는다던데 긴긴 인고의 기간을 보낸 후 환대는커녕 귀찮게 여김을 받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닌가.
어려서는 방학숙제로 늘 빠지지 않는 곤충 채집이 있었고 누군가가 줘서 와이셔츠 상자에 솜을 깔고 두어 종류의 매미를 곤충 핀에 척 하니 꽂아 놓고는 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매미의 삶을 알고 나니 참 미안한 일이기도 하고 그때 그 매미는 참 운수 사나운 매미였겠다 싶다. 그 2주도 채 다 채우지 못하고 시망스런 아이들 손에 잡혀 핀으로 꽂혀 미라가 되는 신세라니.
매미가 땅속에서 나와 우화하고 남은 번데기는 한약재로 쓰인다. '선퇴'라고 부르는데 약성은 좀 차가운 편이고 두드러기나 풍열을 다스리는데 쓰이는데 약효를 말하자면 뭐 항히스타민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전에 한약 공부를 할 때, 투명하고 등이 십자로 갈라진 갈색의 그 수많은 매미의 번데기 허물을 보고 기분이 참 묘했었다. 저 허물을 벗고 세상으로 날아오른 매미는 얼마나 신나는 삶을 살다가 죽었을까 궁금했다.
한데 곰곰 생각해보면 사람이라고 이 매미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긴긴 시간의 눈으로 본다면 인간의 몸을 어렵게 받아(윤회가 있다는 가정 하에) 겨우 한 백 년도 못살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면서 그 한 세상도 즐겁게 살기는커녕 온갖 걱정, 근심, 불안, 초조 그리고 스스로 진 무거운 짐까지 얹어 마치 몇 백 년 살 듯이 아등바등하며 사니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매미의 삶과 뭐 그리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든다. 허락받은 시간 그 2주일을 푸른 숲에서 시원스레 목청이 좋은 참매미건 소리만 크지 운치는 별로인 말매미 건 간에 제 흥에 겨워 실컷 울며 살다가 간다면 그나마 매미로서 잘 보낸 삶이 아닐까. 사람 역시 그렇듯.
들리지도 않는 매미 울음을 생각하며 부질없는 생각으로 더운 여름 낮을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