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이음의 통로

by 시우


예전 할머니는 늘 사람이 덕을 쌓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긴 겨울밤 옛 설화를 이야기를 해주실 때의 주제도 이 덕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즉 선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 덕을 쌓게 되며 이 선한 행동의 끝은 늘 좋다는 이야기. 돈 많은 사람이 덕을 쌓는 일 중에 으뜸이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리 하나가 놓임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복을 짓는다고 했다. 물길이나 지형 때문에 끊어진 곳에 없던 길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니 가장 확실한, 가성비 높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선행이라는 것인데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수많은 옛이야기도 그 뒷받침을 했다.


요즘이야 사회 기반시설이 잘 되어있으니 우리가 느끼기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의 다리가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공동체가 해체되어 각자도생의 살벌한 시대가 되어서인지 각기 분리된 사람들을 아우르는 인연의 다리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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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상의 노출로 연결된 관계가 디지털 시대에 다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수없는 짧은 글이 실시간으로 국경 없이 올라오고 그에 달리는 댓글과 좋아요가 과연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반응을 다리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고 하기가 내키지 않는다. 내면의 성찰 없이 쏟아내는 생각, 숙고가 아닌 반응의 댓글은.


그런 관계가 예전의 제약이 많고 불편했던 때의 관계망을 보충해준다는 의미에서는 물론 긍정적이지만 온라인상에서만 맺어진 인간관계는 신기루 같다는 생각이다. 필요에 의해서 원할 때만 접점을 가지고 아니면 마는 책임 없는 손쉬운 관계.


맛있는 음식을 대했을 때,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즐겁거나 슬픈 생활의 갈피마다 그리워지고 생각나는 존재가 아닌 사람 관계는 허망할 뿐이다. 함께 겪고 나누는 존재만이 정말 "관계 맺는다."는 말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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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담장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맺어졌던 이웃, 같은 또래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격의 없이 어울리던 친구들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저절로 너나없이 주어졌던 편한 다리가 삶의 방식이나 사회의 변화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저절로 놓이는 이런 다리는 보기 힘들다. 사람의 관계 맺음도 시대와 함께 변해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들여다보면 다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던데.


사람 인(人) 자처럼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다리는 어떻게 해야 놓을 수 있는 것인지. 반백년을 넘게 살아도 요원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다리 놓는 일이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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