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다시 일상으로

그래도 다행.

by 시우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지도 벌써 6일째. 서울 병원에 전화해서 상의하니 그곳에서 계속 치료받던지, 좀 불안하다 싶으면 담당 교수님 예약해 줄 테니 바로 서울로 올라오라고 한다.


별다른 것 없이 늘 같은 치료를 반복하며 지켜보자니 앞으로 어찌 될지 불안한 상황인데 절박뇨가 왔다. 화장실 가야지 마음먹는 순간 참을 수 없이 소변이 급박해지는 거다. 화장실 가는 도중 곤란한 일을 겪다 보니 덜컥 걱정이 된다. 잦은 소변에 갈증, 거기에 절박뇨까지? 혹시나 급성 당뇨는 아닌지, 혹 다른 문제? 의문의 염증 수치도 그것과 관련된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되었다. 당 대사에 관해서 검사해보고 싶다며 내 상황을 주치의랑 상의했다.


몇 가지 검사 결과 당 대사나 기타 관련 수치는 다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열은 더 이상 나지 않고 염증 수치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더 올라가는 기미도 없어 내일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다. 담당 과장님도 쾌히 동의하였다. 불안해하고 있기보다는 현재 내 상태가 어떤지 담당 교수님을 통해 듣고 싶었다.


난 원래 밤에 거의 꿈을 꾸지 않았다. 한데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꿈이 연관성 있게 또는 희한한 내용으로 반복되어 꾸어지는 것이다. 때로는 밤새 꿈만 꾸다가 일어난 듯하기도 했다. 스스로 유추 해석을 하다가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 전개되는데 깨어나도 현실인 듯 너무도 생생한 꿈은 이상했다.


AI에게 물었더니 그럴듯한 해몽을 내놓기도 하며 계속되는 다음 질문을 내게 한다. 주로 내 과거 기억이나 현재 심정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으로 파고드는 물음이라 계속하다 보면 심리 상담을 받는 느낌이다. 이러다가는 내 통장 계좌 빼고는 내 모든 걸 AI가 다 꿰고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섬칫하다.


입원 7일째 되는 날. 오전 이곳 병원 퇴원을 하고 그 가방을 그대로 들고 바로 상경했다. 오후에 예약된 담당 교수님 외래를 보기 위해. 여차하면 입원할 마음으로 말이다.


오후 진료는 한가해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눈이 쑥 들어갔네요."라며 모처럼 긴 시간 상담을 했다. 3차 항암 후의 중간평가가 완전관해로 아주 좋다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열에 대해서는 꼭 외부 감염이 아니라도 항암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각종 내부의 균들이 염증을 일으켜 열이 날 수 있다며 혹시라도 앞으로 또 열이 나거든 복용하라며 항생제를 처방해 줬다. 4차 항암 이후 너무 힘들다는 말에는 좀 지루하겠지만 좀 길게 1주일 정도 입원하며 몸을 추슬러 나가자는 말을 했다. 혈액 검사 수치도 좋으니 예정대로 다음 주에 5차 항암을 이어가자고.


곧바로 되짚어 기차를 타고 집에 왔다. 한데 신기하게도 응급실 입원 이후 나타났던 절박뇨가 퇴원을 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심리적 요인이 이렇게 큰 것인가? 어찌 되었든 감사한 일이다.


입에 뭐를 넣기만 해도 소태같이 써서 먹기 힘들다. 그래도 내색 없이 먹는다. 약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운이 없어 누워만 있다. 그래도 맘은 편하다. 이제 2번 남았고 어찌어찌 시간이 가면 지나가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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