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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May 17. 2019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질 시티팝 앨범

그 첫 번째, <Summer Breeze>(1983)

P : 여름이네요.

L : 정말요. 오늘 한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는 지역도 있다던데.

P : 아직 5월 중순인데 너무하죠, 날씨가.

L : 그러게요. 7~8월에는 또 얼마나 더워질까요.


P : 그래서 오늘은 '여름에 듣기 좋은 시티팝'을 소개해보려 해요.

L : 앨범 하나에 대해서 말이죠. 어떤 앨범인가요?

P : パイパー(Piper)의 〈Summer Breeze〉입니다.


Piper - 'Shine On' in〈Summer Breeze〉(1983)


P : 실제 여름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L : 그러게요. 뭐랄까, 파스텔 톤의 여름 같다는 느낌?

P : 적절하네요.


L : 저는 도입부가 좋아요. 파도 소리에 라디오 잡음 같은 게 섞여 있는데, 해변에 누워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모습이 떠올라요.

P : 뭔가 바닷물도 새파랗고 투명할 것 같고.

L : 그렇죠. 뭔가 이국적인 해변이어야 어울릴 것 같아요. 서해나 남해 같은 곳 말고.

P : 해변의 팝……. 그러고 보면 시티팝 중에는 전혀 '시티'답지 않은 곡이 많은 것 같아요. 오히려 'Shine On'처럼 바다라거나, 하여튼 도시 바깥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래 말이에요. 왜 이런 게 시티팝일까요?



L : 시티팝은 '도시의 팝'이 아니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P : 그럼 뭘까요?

L : 시티팝은 '도시 사람의 팝'이죠. 'Shine On'을 들으면 떠오르는 해변이 '휴양지로서의 바다'인가요, 아니면 '근무지로서의 바다'인가요?

P : 아무래도 휴양지겠죠.

L : 바로 그거죠. 'Shine On'의 바다는 휴양지예요. 고단한 일주일을 끝마치고 떠난 드라이브의 종착지죠. 당장 내일 돈을 벌기 위해서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바다가 아니라요. 그러니까, 시티팝의 바다는 도시 사람이 생각하는 바다인 거예요.


P : 그래서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는 거군요. 평화롭고, 아련하고, 한가롭고.

L : 관념적인 바다, 상상 속의 바다. 그런 느낌이죠.


Piper - 'Summer Breeze' in〈Summer Breeze〉(1983)


L : 〈Summer Breeze〉앨범의 'Summer Breeze'라는 곡이 있다면…….

P : 이 앨범의 대표를 꼽자면 바로 이거! 그런 거죠.


L : 보컬의 목소리가 특이하네요. 허스키한 것 같기도 하고, 간드러진 것 같기도 하고. 여자인가 싶다가, 남자인가 싶다가.

P : 그런가요? 전 바로 남자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파이퍼는 남성 3인조 밴드거든요.

L : 아는 만큼 보인다!(웃음) 그렇군요. 파이퍼의 보컬은 누군가요?

P : 야마모토 케이스케(山本圭右)예요. 기타와 보컬을 맡았다고 하는데, 리더였을 거예요. 파이퍼의 전신이 바로 야마모토 케이스케의 '스컹크'였거든요. 뮤직비디오에도 제일 가운데 오는 걸 보면요.

L : 나머지 멤버는요?

P : 베이스와 드럼 프로그래밍의 이토 와타루(井藤弥), 키보드의 시마무라 타카시(志間貴司). 파이퍼는 이렇게 세 명이었다고 합니다.



L : 드럼 프로그래밍이라면, 실제로 드럼을 연주한 멤버는 없는 건가요?

P : 네. 대신 전자장비를 통해 녹음했다고 해요. 필요한 경우엔 객원 멤버를 썼겠지만요.

L :  드럼보다 키보드를 선택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거기다 전자 드럼이라. 정말 도시적인 음악을 하는 팀이었군요.

P : 그런 셈이죠. 그때 일본은 버블 시대였으니까요. 새로운 장비나 프로그램들을 구하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P : 그럼, 시티팝은 경제 호황기 도시 사람들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까요?

L : 모든 시티팝이 그렇진 않지만, 어떤 시티팝은 그렇겠죠.

P : 그럼 지금 우리는 왜 시티팝을 좋아하는 걸까요? 향수?

L : 음, 글쎄요. 그건 나중에 더 얘기하도록 해요.


Piper - 'Samba Night' in〈Summer Breeze〉(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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