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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May 24. 2019

감추지 못한 폭력

장훈, <의형제>

의리와 의심 사이, 이놈을 믿어도 될까?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두 남자, 국정원 요원 한규와 남파공작원 지원.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하게 되는데..적 인줄만 알았던 두 남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원에게 6년 전 그날처럼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게 되고 한규와 지원은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출처 : 네이버 영화, <의형제>)



<의형제>는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번째 영화로, 2010년 개봉하여 같은 해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국정원 요원 '이한규' 역의 송강호와, 버림 받은 남파공작원 '송지원' 역의 강동원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케미를 보여주었다.


<의형제>를 논함에 있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남한의 정보요원과 북한의 간첩, 이 섞일 수 없는 조합의 두 사람이 서로 섞여들게 되는 계기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한규는 전 부인과 딸을 영국에 떠나보낸 이혼남이고, 지원은 북에 임신한 아내를 남겨 두고 온 가장이다. 씬을 거듭하며 한규와 지원은 서로의 속사정을 알게 되고, 이제 이들은 가족보다 더욱 가족 같은 '의형제'가 된다. 



이 영화를 믿어도 될까? - 몰락한 남자들의 영화


하지만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면 어떨까. 한규와 지원은 모두 몰락한 남자다. 정확히는 이렇게.


①행복했던 가정 생활이 파괴된 남자

②사회(직장)로부터 버림 받은 남자


다시 말해 <의형제>의 두 주인공들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 남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남자들이 몰락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은 '시대'적인 문제이기 떄문이다. 마치 IMF처럼.


"잠깐만요! 저 그동안 문책에 감봄에 징계 다 맞았습니다. 그래놓고 짜른다고요?"
"시대가 바뀌었어. 남북 정상이 만나서 술 한 잔 하잖아? 저쪽 애들도 지금 공작원 올스탑 시켰다고."
(중략)
"놔, 놔 이 새끼들아! 시대고 뭐고 좆까라고 그래! 나 빨갱이 잡는 국가유공자야! 도대체 씨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 모양들이야!"



(표면적으로나마)동업자 관계가 된 한규와 지원은 이제 결혼 후 도망친 베트남 여성들을 찾아다 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도망친 베트남 여성들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다루지 않는다. 조명되는 것은 오직 한규와 지원이고, 그외에 의뢰인인 농촌 총각들이나 경찰들 정도가 약간씩 얼굴을 비출 뿐이다. 다시 말해 '몰락한 남자들'은 약자를 물화시킴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베트남 여성들은 철저히 상품일 뿐이다. 저보다 약한 사람이 상품이 되었을 때 몰락한 남자들은 자신들의 몰락을 잊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야만적인 일이다. 한규는 끊임없이 자기들의 업무가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한심다는 듯한 지원의 눈빛에 찔려 내뱉은 자기변호일 뿐이다. 즉, 한규 역시 자신의 일이 떳떳치 못함을 알고 있다. 한편, 지원은 처음엔 한규의 일을 꺼림칙하게 여겼으나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상황 앞에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아마 이러한 타협의 순간을, 한규 역시 거쳤을 것이다.


만약 <의형제>를 '몰락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본다면,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폭력적인 셈이다. 물론 그것을 가족과 민족이라는 소재로 잘 포장해놓고 있지만, 결국 '더 약한 사람'을 어떻게 다루고 있냐는 질문에서 <의형제>라는 영화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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