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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Jun 07. 2019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질 시티팝 앨범

그 두 번째, <Timely!!>(1983)

P :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질 시티팝 앨범', 두 번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앨범은 '안리(杏里)'의 〈Timely!!〉입니다. 벌써 6월이잖아요.

L : 그렇죠. 새해가 밝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의 반이 눈 앞에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군요.

P :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여름휴가가 있잖아요. 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L : 여름휴가 말이죠. 나름대로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P : 좋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Timely!!〉는 여름휴가 시즌에 들으면 딱 알맞을 앨범이거든요. 〈Timely!!〉와 함께, 즐거운 여름휴가를 상상해 보면서 더위를 이겨내 봅시다.



Anri - 'Windy Summer' in 〈Timely!!〉 (1983)



P : 'Windy Summer'는 앨범의 2번 트랙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서곡이라 할 수 있는 곡이에요. 1번 트랙인 'CAT'S EYE'의 경우 동명의 애니메이션 <캣츠 아이(キャッツ・アイ)>의 주제가인데, 싱글로 내지 않고 끼워 넣은 느낌이 강하거든요. 다른 곡들과 비교해봤을 때 분위기도 조금 다르고요.

L : 그렇군요. 일종의 팬 서비스일까요?

P : 글쎄요. 어쩌면 따로 OST 앨범을 제작하기 어려울 만큼,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죠.

L : 그건 좀 슬프네요. 어쨌든, 이 'Windy Summer'가 실질적으로는 1번 트랙이나 다름없다는 거죠?

P : 맞아요.

L : 저는 딱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1번 트랙이 아닐까?'라고요.

P :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처음부터 확 사로잡는 도입부가 있으면서, 앨범 전체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곡이라는 뜻이죠?

L : 맞아요. 그러면서도 노래 자체가 정말 좋잖아요. 초반의 그 찰랑찰랑 거리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마치 햇빛이 반짝거리는 바다 같아요.

P : 정말이네요. 그리고는 브라스를 가미한 록 사운드로 돌아오는데, 이게 또 인상적이에요. 저번에 말했듯이 시티팝은 '바다의 음악'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는 도시인의 음악'이니까요. 언제까지 찰랑거리는 신디사이저 소리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거죠.



Anri - 'Shyness Boy' in 〈Timely!!〉 (1983)


L : 물론 〈Timely!!〉의 수록곡은 모두 주옥같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노래를 꼽자면 'Shyness Boy'잖아요. 이 노래는 시티팝에 조금 관심이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많이들 알고 계시더라고요.

P : 맞아요. 제목은 정확히 몰라도 들어 보면 '아, 이 노래~'라면서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일까요?

L : 글쎄요, 아무래도 앨범 중 가장 즐거운 노래라서가 아닐까요? 'Windy Summer' 이후의 곡들은 조금 차분하거나 구슬픈 듯한 느낌이 조금씩 있어요. 그러다 보면 한 번 텐션을 올려 주는 변곡점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Shyness Boy'가 딱 그 자리에 위치한 곡인 거죠.

P : 순서를 잘 잡았다?

L : 정확히 말하면 순서'도' 잘 잡았다는 거죠. 지금 들어도 트렌디할 정도로 노래를 잘 만들었으니까요. 뭐니뭐니해도 노래가 좋아야 사랑받죠. 좋은 순서에, 좋은 노래.

P :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봤는데.

L : 어떤 생각인가요?

P : 다른 수록곡들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사람을 들뜨게 하는 가사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가사냐면요, 파티에서 만난 사람한테 첫눈에 반했고 분위기도 좋은데, 남자가 눈치가 없어요. 그러니까 화자 입장에선 열불이 나죠. "얼른 나랑 사귀자고 말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귀여운 가사예요.

L : 하하, 그렇군요. 어쩌면 그 시대 일본 도시 여성을 잘 나타내는 가사가 아닐까 싶어요. 도시적인 생활상, 도시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이전보다 훨씬 개방적인 여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관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먼저 마음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모습 말이에요.



Anri - 'Remember Summer Days' in 〈Timely!!〉 (1983)


L : 벌써 마지막 곡이군요. 'Remember Summer Days'는 보너스 트랙이에요.

P : 이렇게 보니, 총 11곡의 수록곡 중 10곡의 제목이 영어로 되어 있네요. 노래를 듣기 전에는 영어 노래인 줄 알겠어요.

L : 아마 안리의 행보 때문일 거예요. 안리는 1978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로스앤젤러스에서 녹음한 'オリビアを聴きながら(올리비아를 들으면서)'로 데뷔하거든요.

P : 데뷔하기도 전의 고교생이 로스앤젤러스까지 가서 녹음을 했단 말인가요?

L : 그랬다고 해요. 그만큼 안리의 재능이 특출났던 거겠죠.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당시는 버블 시대였으니까요. 원정 녹음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P : 정말…… 버블이 없었다면 시티팝이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니네요.

L : 이후로도 안리는 일본과 해외를 넘나들며 음악활동을 펼치는데요. 당시 협업했던 뮤지션으로는 피보 브라이슨이나 Earth, Wind & Fire의 필립 베일리 등이 있다고 해요.

P : 모르긴 몰라도, 〈Timely!!〉도 로스앤젤러스 활동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느껴지는 맑고 화창한 하늘, 파란 바다, 따뜻한 햇살……, 로스앤젤러스가 딱 그렇잖아요.

L : 그러게나 말이에요. 이번 휴가는 로스앤젤러스 어떠세요?

P : 로스앤젤러스에서 〈Timely!!〉를 들으면서 말이죠.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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