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부인께 안 돌아가시겠단 말인가요?" 마침내 나는 물었다.
"절대 안 돌아가오."
"부인께서는 다 없던 일로 하고 새로 출발하실 수 있다고 하던데요. 아무런 탓도 하지 않으시고요."
"멋대로 하라지."
"사람들이 비열한 인간이라고 욕해도 괜찮단 말인가요? 부인과 아이들이 비렁뱅이질을 해도 상관없고요?"
"상관없소."
나는 다음 말에 힘을 주기 위해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일부러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정말 천하의 악질이군요."
"자, 이제 그만큼 했으면 속이 후련할 테니, 가서 저녁이나 합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최악의 좌절이 되리라. 자기의 감정을 종이 위에 투영한다면, 그것을 기껏해야 그 감정을 따분하게 연장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으리라. (…) '쓴다는 작업'은 그 변증법적 상관자로서 '읽는다는 작업'을 함축하는 것이며, 이 두 가지의 연관된 행위는 서로 다른 두 행위자를 요청한다. 정신의 작품이라는 구체적이며 상상적인 사물을 출현시키는 것은 작가와 독자의 결합된 노력이다. 예술은 타인을 위해서만, 그리고 타인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장폴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