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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Nov 29. 2019

왕좌의 게임의 진짜 주인공

치명적인 작은 거인

선정성과 폭력성이 날뛰는 와중에, 이 인물이건 저 인물이건 공평하게 머리가 날아가는 작품. 2019년 5월에 시즌 8로 종영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그렇게 되겠지요. 2011년부터 HBO에서 제작하고 방영 되어 큰 인기를 누려온 작품입니다.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드라마화한 작품입니다. 대충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웨스테로스 대륙에 세워진 칠왕국이 반란과 내전에 휩싸이는데, 마침 전설 속의 괴물인 백귀가 부활해 공격해옵니다. 이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생존을 위해 사는 사람들을 다룬 군상극입니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시즌 8. 용두사미로 욕을 먹었다.


  

군상극이란, 여러 등장인물이 커다란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장르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고 여러명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이죠. 이러한 장르는 ‘라쇼몽 현상’을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긴장과 충격을 주게 됩니다. 라쇼몽 현상은 한 사건에 대해서 관계자가 증언을 할 때, 기억의 주관성에 따라 왜곡되거나 이기심과 탐욕에 따라 왜곡하여 각 관계자가 다른 증언을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관객은 이러한 기법이 적용된 작품에서 작품의 인물들의 선악을 구별하기 어렵고, 사건의 관계를 헷갈리게 되며, 줄거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이 어렵게 됩니다. 잘 만들지 못한 작품이면 이런 방식으로 서술하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주인공이라 할 인물이 없으므로 인물에 대해 공감을 못하게 됩니다. 잘 만든 작품이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 매력적인 인물은 자연스럽게 작품의 주인공으로 관객에게 생각되지요.     



이응노 작 '군중'


왕좌의 게임에서 단연 주인공으로 생각될만한 인물은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에밀리아 클라크) 입니다. 어릴 때 자신의 왕국에서 내쫓겨 갖은 고생을 다 겪고 용들과 함께 자신의 왕국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하게 되는 인물이죠. 배경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동화 속에서 자주 나오는 주인공의 여정과 아주 많이 겹칩니다. 또 이 인물을 맡은 여배우 에밀리아 클라크의 외모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용을 거느린 은발의 아름다운 여왕님.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만한 인물이죠.     




그렇다고 이 인물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너리스에 견줄 만큼 인기있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티리온 라니스터(피터 딘클리지) 입니다. 이 인물은 날 때부터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출산 중에 어머니가 죽게 됩니다. 이러한 출생의 불행은 어린 시절의 불행으로 이어졌지요. 아버지와 누나에게 괴롭힘 당하고 가문에서 대놓고 무시당하게 됩니다. 재능이 있는데도 이 재능을 인정받지도, 인정받을만한 기회도 받지 못하지요. 이런 환경에서 애정결핍으로 자라난 티리온은 매춘부에게서 위안을 얻고, 이는 그대로 악평으로 티리온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티리온이 성인이 되었을 때 라니스터 가문의 천덕꾸러기 난쟁이는 왕국의 유명인사가 됩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요.     



티리온은 이런 불행한 환경에서 태어나 뒤틀린 남자이지만 작품에서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티리온을 연기하는 피터 딘클리지가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티리온 자체로도 매력이 대단하죠. 냉소적인 태도를 항상 취하지만 정이 많습니다. 츤데레라고 하죠. 약자에게 선의를 베푸는 일이 많습니다. 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마냥 착한 바보는 아닙니다. 욱해서 조카를 두들겨 패기도하고, 겁이 없어서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마구 빈정대기도 하죠. 그런데 이 빈정대는 말이 등장인물들에게는 굉장히 화가 나고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관객이 보기에는 너무 재밌는 겁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티리온은 이 작품에서 가장 죽을 위기를 많이 겪기도 합니다. 음모와 운명에 마구 휘둘리지만 어떻게든 몸은 빠져나가는 인물이죠. 그래도 사람들에게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재산이나 관계도 쌓아나가지도 못 하구요. 정말 열심히 사는 뛰어난 인물인데 세상이 이 사람이 편하게 사는 꼴을 못 봅니다.


     

불행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뛰어나지만 인간적인 사람.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지만 불행한 환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세상에 농락당하는 것 같은 사람.     



이런 사람이라 주인공이 될 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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