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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XA 매거진 Apr 10. 2020

동물의 숲이 인기 있는 이유

나비보벳따우~보보벳띠~


나비보벳따우~ 보보벳띠~ 요새 제가 자주 듣는 노래의 한 부분입니다. 참 가사가 감동적이지 않나요? 이 노래는 K.K 라는 아티스트가 불렀는데요. 싱어송 라이터인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 반주로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이런 K.K를 키워낸 소속사는 닌텐도입니다. 네. 오늘은 닌텐도 사의 신작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2020년 발매된 닌텐도 사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요새 가장 화제가 되는 게임입니다. 한정판이 아닌,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일반판으로 발매한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연일 매진될 정도입니다. 일반판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웃돈을 주어도 구하기 힘들 지경이죠. 닌텐도 스위치의 정가는 36만원이지만, 동물의 숲 에디션은 현재 80~1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마치 허니버터칩의 전성기 때처럼 재고 상품과 끼워 팔기로 팔더라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팔아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게임이 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런 인기를 끄는 걸까요? 이 게임은 무인도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 몇몇 동물 친구들과 이주 생활을 시작합니다. 무인도 이주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하는 ‘너굴’에게 대출을 받아 텐트 생활부터 시작하게 되는데요. 점점 농사, 낚시, 채집 등을 통해 섬을 꾸미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임입니다. 따로 스토리나 엔딩이 정해져있지 않은 게임인데요. 굳이 따지자면, 너굴에게 대출을 갚아나가는 것이 게임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대출은 이자도, 만기도 존재하지 않는 대출이라 대출을 갚아야한다는 긴장감이나 강제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보통 게임에서는 유저의 편의와 진행을 위해 현실보다 시간이 빠른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게임은 현실과 똑같이 시간이 흐르도록 만들어두었습니다. 과일을 심고, 나무를 키워서 열매를 수확하려면 실제로 며칠이 걸리는 것입니다. 참 느슨한 게임이죠.      

친구들을 초대해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느슨한 게임에서 무슨 매력을 발견한 걸까요? 농작물(과일)을 가꾸고, 낚시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느긋한 삶에서 느끼는 매력과 비슷한 매력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움직여야 해서 매순간 시계를 확인해야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해가 뜨고 지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삶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대인에게 이런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은 모두에게 조금씩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런 로망을 자극한 것이죠.     



현대인에게 마치 지병과도 같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 누구나 은퇴하고 그림 같은 풍경에 나만의 작은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죠. 그러면 언제부터 이 로망이 현대인에게 있었을까요.  


   

여러분은 혹시 “월든”이라는 책을 들어보셨나요? 한 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에겐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책이죠. 수능에 자주 나오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큰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미국인이 월든이라는 호수 옆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홀로 산 경험을 적은 수필집인데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물질적인 문명과 양적인 발전을 바라보고, 자아를 성찰하는 내용입니다. 19세기 당시 미국은 신생국으로 철도를 놓고, 서부를 개척하고, 남북전쟁을 벌이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이런 격동과 팽창을 경계하고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인간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쓴 것이죠. 이 책이 처음으로 출판되었을 때도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1854년 첫 출판 당시 크게 유명세를 타지 못했지요. 그러나 지금 이 책은 영미 문화권에서는 꼭 읽어야 할 교양도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이 책이 영미 문화권에서 극찬을 받고 있을까요.     

길을 잃은 시대의 대표적인 거울 :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중


이 책이 주목받기 시작했던 때는 20세기 후반부터였습니다. 20세기 후반, 냉전이 종식되고 인간이 이념은 단지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전쟁과 학살 그리고 경쟁이 인간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문명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죠. 무기력했고요. 그제서야 사람들은 “월든”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자본주의가 인류와 지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드디어 가지게 된 것이죠. 헨리가 “월든”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경각심과 성찰입니다. “월든”에서 그려지는 헨리의 자연주의적 삶은 인류의 새로운 길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바로 전원생활의 로망이 현대인에게 보편화되던 순간이 온 것입니다.     



문명이 시작되면서 도시가 발달하게 되고, 도시에 사는 사람 일부에게는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귀족들 사이에서 별장을 가지는 것이 인기였던 이유죠. 그렇지만 이 로망은 모든 사람에게 공감 받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이 때 동물의 숲을 출시했다면, 큰 손해를 보았겠지요. 현대인에게 전원생활의 로망이 보편화되어 있는 지금에서야 동물의 숲은 이런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것 일겁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전원생활을 꿈꾸고 간접 체험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현실은 게임과 같지 않습니다.     


귀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 다음 웹툰               <풀 뜯어 먹는 소리>


로망을 그저 로망으로 남겨두지 않고 실제로 귀촌‧귀농을 통해 전원생활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림과 같은 꿈을 꾸면서요. 그러나 그 꿈속에 어마어마한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죠. 귀촌과 귀농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생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특정 도시에 국가의 행정과 경제가 집중되어있는 곳에서는 그 도시의 권역을 벗어나면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다음으로는 인프라 문제입니다. 슈퍼, 약국, 병원, 문화시설 등등 도시에서는 집 밖으로 5분만 걸어가면 해결될 일들이 차로 30분씩 이동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특히 병원과 소방서 그리고 경찰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특히 접근성이 중요한 시설인데, 이러한 시설의 접근성이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당장 생각나는 이 두 가지 문제만 하더라도 대책을 세우기 여의치 않습니다. 실제로 생활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수십가지가 생기게 될 겁니다. 그러다보니 귀촌‧귀농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올라라 무값!


지금까지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느긋하게 무를 사두고 가격이 오르길 바라며 “월든”을 한 구절씩 읽어보시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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