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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Jul 01. 2018

<변산>

억지 화해 속풀이쇼 - 청년영화 <변산>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기성세대의 눈으로 그려낸 청년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에 일정량의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여성 이슈에 '뭘 좀 아는 듯한' 태도로 훈수 두는 남성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리라 본다. 인종 문제에 백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평론하는 게 얼마나 쉽게 비판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사회적 약자가 결부된 문제에 당사자가 아닌 부류가 발언하는 건 이리도 위험한 일이다.        


<변산>은 1959년생 이준익 감독이 만든 청년영화다. 고까운 시선이 쏟아질 만한 소재를 들고 온 이 감독의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극 중 선미(김고은)가 한심한 언행을 일삼는 학수(박정민)에게 건네는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라는 대사로 요약될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홍보하듯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의 청년 3부작이라고 부르기엔 아귀가 맞지 않는다. 앞의 두 영화가 다루는 시점은 무관한 일제시대였고 이번 영화는 이 시대의 특유한 상황이 빚어낸 현재의 청년을 말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도>와는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영조, 학수의 아버지)와 자식 세대(사도세자, 학수) 사이의 갈등을 푸는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는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가 실은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자각해 내적 화해에 성공한다. 갈등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정신승리의 영역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 또한 청년영화의 측면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이번 영화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버닝>의 청년은 공고한 시스템이 완성된 사회에서 마음 둘 곳 없는 주변인으로 그려진다. 이 맥락에서 이 감독은 불가해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신적, 신체적 자위뿐인 현실을 꼬집는다. 그런데 이걸 풀어는 방식에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접근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대조적으로 <변산>은 현실 세계에 발을 들이긴 했으나 잠시나마 갈등을 해소하는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 판타지로 끝을 맺었다. 판타지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말고 달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에서 관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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