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여름날을 방구석에서 낭비하며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80년대 영국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브릿팝 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의 전기영화다. 다만 그가 더 스미스를 결성하기 직전까지의 암울했던 무명시절을 다룬다.
이 영화를 가로지르는 핵심 정서는 문학청년이기도 했던 모리세이가 쓴 가사 곳곳에 즐비하지만 나는 ‘Ask’라는 곡에 나오는 대목을 골랐다.
“spending warm summer days indoors”
따스한 여름날을 방구석에서 낭비하며. 청춘의 한 가운데, 황금 같은 날씨를 등진 채 내면에 우울에 몰두하고 마는 마음. 누군가는 자아의 과잉이라고 말할 것이고 어떤 이는 손쓸 수 없는 태생적 기질이라고 진단할 거다. 또 다른 측면에서 개인을 어둠으로 내모는 사회 환경을 지적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우울로의 끝없는 침잠을 집요하게 좇는다. 강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그렇다고 사회와 타협할 마음도 없는 한 청년이 자신을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 체험시키려는 듯하다.
그런데 동시에 이 영화는 몰락에 낭만을 입히는 태도를 취한다. 바깥세상엔 진짜 천재를 몰라주는 멍청이뿐이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에선 아무런 희망이나 가능성이 없다, 는 극 중 모리세이(잭 로던)의 치기어린 자존심을 미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만드는 반응은 두 가지다. 격한 공감과 거친 힐난. 어느 쪽이든 어쩔 수 없다는 극히 ‘모리세이적’인 태도를 수혈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분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에서 관람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