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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Dec 17. 2020

선량한 차별주의자_김지혜

다름 아닌 당신이 차별주의자일 가능성에 대하여

한 줄 정리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자.



외적인 면


저자의 풍부한 조사 덕분에 관력 서적과 자료를 충분히 접합 수 있어 포만감을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서 피부에 와닿았다. 매 챕터 마지막 단락에 저자의 진심을 담은 함축적인 표현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내적인 면


차별이 불가피하도록 짜여진 사회구조를 시각화하는 논증적인 책이지만 동시에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책이다. 차별 없는 사회로의 변화는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 뇌의 본능에 가까운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를 저지한다. 매 순간 차별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조심하는 부지런한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만 이 같은 어려운 변화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



주관적 감상


1

권력의 달콤함에 절여진 나머지 지위를 남용하고 폭력을 일삼는 뻔뻔한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빌런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들은 ‘차별 사회’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이른바 대중의 시대다. 평등이 당연하고 모두의 권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차별로 점철되고 대립된 입장들이 뒤엉키고 있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바라는 이가 없을 것 같은 차별의 구조가 악순환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 김지혜는 차별은 나만 아는 악당이 아니라 다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며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에 가담하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차별의 가해자일 리 없다는 생각 자체가, 그 위에서 굴러가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삶이 차별의 온상이라는 주장이다.


2

저자는 ‘당신은 떳떳하느냐’고 물은 뒤 ‘아니, 당신은 차별주의자야. 왜냐면 우리 모두가 그렇거든’이라고 자문자답한다. 과연 그럴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상을 견딜 뿐인 나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보통 특권이란 말이 일부 재벌이나 고위층의 권력으로 좁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특권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저자의 응답이다. 크든 작든 내가 쥐고 있는 우월한 지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놀랍게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남성, 비장애인, 4년제 대학 졸업생, 수도권 거주자, 기혼자 등등. 나는 이것들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 특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음 놓고 떠들었다. 차별은 자행됐고 그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이 괴로운 상황이 얼른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변명을 하자면 나의 부주의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고정관념이라는 인간의 착각 체계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들어가며 인간은 스테레오타입을 디폴트(기본값)로 사고하고 이와 다르게 생각하려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3

중요한 건 앞으로의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거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수고로움이나 불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가치와 지향에 관한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거나 둔감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너무나도 익숙한 어떤 발언, 행동, 제도가 차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가? 내가 보지 못한 차별을 누군가가 지적했을 때 방어하고 부인하기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찰할 수 있는가?”


결국은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저자는 피해와 가해의 자리를 맞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만 차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당연시해왔던 평등이라는 이상으로 한 뼘이나마 나아갈 수 있을 거다.



밑줄 그은 문장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당신을 잘 대해준다면 그건 나의 호의일 뿐 당신의 권리는 아니라고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무례함을 정당화시킨다……호의성(시혜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통제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행위이다.”


“사람들 마음속의 내면화된 낙인과 열등감은 불평등한 구조를 감지하는 신호일 수 있다. 이 장의 서두에서 언급한 대학서열을 둘러싼 심리적 불편함은 어쩌면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유머로 던진 말에 정색을 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유머와 놀이를 가장한 비하성 표현들은 그렇게 ‘가볍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역설적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별점 평가

 
작품성 ☆☆★★★

오락성 ☆☆☆★★

총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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