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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Dec 17. 2020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_조너선 사프란 포어

최상의 축산업을 지지하는 채식주의자의 이야기

한 줄 정리


세계적 소설가가 다년간 취재와 연구 끝에 내놓은 육식(=공장식 축산) 보고서. 방대한 주석이 신뢰를 높이고 논픽션답지 않은 문학적 구성과 서술로 읽는 재미도 훌륭하다.



주관적 감상


1

채식 관련 책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 저자 포어는 채식주의가 아닌 올바른 잡식 문화를 제안한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고기를 소비하자는 거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채식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육식 자체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방식이 비인도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르포 형식으로 공장식 축산 농장의 현실을 묘사하는데 정말이지 끔찍한 수준이라 계속 읽기 힘든 정도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닭의) 피부에 깃털에 묻은 배설물이 탱크 속에 남기 때문에 새들은 피부에 병원균이 스미거나 흡수되어 균을 가득 품게 된다……누런 고름을 질질 흘리며 초록색 배설물로 더럽혀지고 해로운 박테리아에 오염되었거나 폐와 심장이 감염되었거나 종양이 있거나 피부 상태가 나쁜 새들 수백만 마리가 소비자들에게 팔리기 위해 매주 배송된다. (pp. 176~177)


가축들의 열악한 사육 환경을 몰랐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6, 7층 높이로 켜켜이 쌓아 올린, 창문 하나 없는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서 낮과 밤도 없이 빛과 사료를 통제당하며 약물에 찌들어 제대로 설 수도 없는 기형적인 몸으로 한 달 남짓의 삶을 마감한다는 건 몰랐다. 이런 가금류가 해마다 무려 500억마리다.시중에 판매되는 닭고기의 99%가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다(2009년 미국 기준). 오늘날 육식은 곧 공장식 축산 고기를 먹는다는 의미다.


2

포어 자신은 채식주의자이지만 독자에게 채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최상의 축산업을 지지하는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포어가 공장식 축산을 정조준한 것은 나에게 먹혔다. 육식의 문제를 떠나 공장식 축산 자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이다.


첫째, 식량 문제. 축산업계는 모두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한 혁신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철저히 돈을 벌기 위한 자본의 논리를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한다. 지구상 재배되는 곡물의 1/3이 사료로 쓰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 기후 변화 문제. “UN에 따르면 가축 부분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차, 트럭, 비행기, 열차, 배를 비롯한 전체 운송수단보다 약 40%나 많은 것이다.” 셋째, 식품의 품질 문제. “모든 닭고기의 83퍼센트가 구입 시점에 캄필로박터균이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되어 있다.”


무엇보다 전 지구를 악몽에 밀어 넣은 유행병 대란도 축산업계 사정을 아는 이들에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09년 대유행한 돼지독감(H1N1) 2004년부터 시작된 조류독감(H1N1) 모두 공장식 축산과 직간접적 연관돼 있다.


육식=공장식 축산 소비가 인류 생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 못지 않다. 지금과 같은 육식을 지속한다면 이미 존재하거나 다가올 게 명백한 각종 위험을 우리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는 꼴이다.


3

하지만 포어는 육식이 현재 친교와 사회 생활을 지탱하는 전통이자 문화라는 점도 잊지 않는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따스한 요리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초대받은 식사 자리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거절하는 것은 얼마나 큰 실례인지 생각해보라. 때문에 저자는 육식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올바른 잡식문화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변의 인도적 축산업자를 수소문해 조금 비싸더라도 현명한 육식 소비를 해야 하는 걸까. 대답은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이기도 하다. 저자의 주장은 현실성보다는 선언적이고 구호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공고할 때 그 밖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일상 속 작은 혁명을 말하고 싶다. 서구에선 유연한 채식주의(flexitarianism 가끔 고기도 먹는 반채식주의)와 육식 소식주의(reducetarianism) 물결이 작지만 확실하게 일고 있다. 공장식 축산에 불편함을 느끼는 태도가 당연한 사회, 자신의 정체성으로 당당히 내비치고 주변에 전파하는 것이 놀이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제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밑줄 그은 문장


미뢰와 취향 모두 개인이 살아온 이력과 그 사회의 역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량 윤리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이다. (p. 46)
폭력적 망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망각도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 온 모든 것을 다 지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문제는 잊었느냐 잊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혹은 누구를 잊었느냐이다. (p. 249)
목장주도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고, 채식주의자가 도축장을 지을 수도 있고, 나는 최상의 축산업을 지지하는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p. 336)



별점 평가


작품성 ☆★★★★

오락성 ☆☆★★★

총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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