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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Jan 14. 2021

우리가 날씨다_조너선 사프란 포어

기후변화를 늦추려면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요?

한 줄 정리


기후변화라는 전 세계적 이슈를 자기 고백과 자기 반성의 태도로 풀어낸 독특한 논픽션. 기후변화 문제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공장식 축산의 해악을 비판한 전작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09)의 확장판 내지는 후속편이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중대한 원인 중 하나인 공장식 축산을 저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등 사회 전체를 손봐야 하는 다른 해결책과 비교하면 식습관 변화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외적인 면


논픽션으로 분류해야겠지만 소설가인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정체성이 진하게 묻어 있다. 스토리텔링과 팩트 나열을 자유자재를 넘나드는 유연하고, 어찌 보면 난잡한 형식은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이성과 감성 양쪽 차원에서 번갈아 가며 사유하게 해주는 형식인 동시에 쉽게 집중을 흐트러뜨린다는 단점도 갖는다. 포어의 집착에 가까운 주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정보에도 주석을 다는 그의 태도는 놀라운 지성과 편집증적 면모에 대한 감탄을 동시에 자아낸다.



내적인 면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놀란 부분이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목표한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인 섭씨 2도 이하를 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만약 이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의 뉴욕 등을 비롯한 수십 개의 대도시에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는 등 1억4300만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하며 이로 인한 무력 분쟁이 40% 정도 증가한다는 건 내가 놀란 부분이 아니다.

내가 충격을 받은 건 포어가 공장식 축산의 끔찍한 악영향을 역설하며 채식주의자임을 밝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을 발간한 뒤 홍보차 전국 투어를 하며 공항에서 햄버거를 자주 먹었으며 그 이유가 스스로 “그걸 먹으면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라고 자진납세한 거다. 또한 달걀과 유제품을 끊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도해볼 테지만 솔직히 성공할지 자신할 수 없다고도 시인한다.

나는 위안을 느껴야 할지ㅡ채식이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여러분!ㅡ아니면 이토록 지구 환경과 동물의 고통에 지대한 관심을 두는 저자마저 변화를 위한 실천에 실패하기 일쑤라는 점에 절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같은 극도의 어려움 때문에 4장 '영혼과의 논쟁'에서는 급기야 대립하는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내면의 대화가 등장할 정도다.

확실한 건 기후변화는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볼 숙제가 아니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육식을 포기하는 정도의 작은 변화에도 익숙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조건을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포어는 이 '특단에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 게 무엇인지에 주목한다. 하이브리드 차로 바꾸기, 에너지 절약과 대중교통 이용, 지역 특산품과 유기농 음식 사기, 재활용과 포장 줄이기 등으로, 모두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은” 행동이다. 뭔가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한다는 점에서, 포어는 이러한 노력들이 셀카를 찍는 것처럼 기분만 내는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뭔가를 해냈다는 과장된 느낌 탓에 진짜로 해야 할 일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면죄부를 줄 뿐이라는 거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포어의 제안은 저녁 한 끼만 고기를 먹는 제한적 채식이다. 인류의 문화에서 음식을 나누는 활동은 친교의 핵심이므로 이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런 활동이 집중되는 저녁 식사에만 육식을 허용하자는 논지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기분만 내는 차원을 넘어선 실질적 효과를 내는 대안을 마치 “파도타기” 하듯 자동적으로 번지게 하는 운동으로 만들자는 얘기다.



밑줄 그은 문장


나치 군대가 마을로 진격해 오는 일, 대통령 뽑기, 기후변화 같은 피부에 바로 와닿지 않는 사건들이다. 이런 일에 반응하게 하려면 구조가 필요하다. 구조로 인해 행동이 일어나고 행동으로 인해 감정이 생겨난다. (p. 63)


트럼프의 말보다 훨씬 더 치명적으로 과학을 부정하는 말이 있다. 바로 수용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분개해야 더 마땅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두려워야 해야 한다. (p. 146)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일종의 자살로 본다면 우리의 자살은 그로 인해 죽게 될 사람들이 아마도 우리가 아닐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소름 끼친다.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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