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복잡한 정보들이 나중에 보였을 때 압박감을 덜 받는다
단계적 공개(Progressive Disclosure) : 사람들은 복잡한 정보들이 나중에 보였을 때 압박감을 덜 받는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복잡한 정보들을 습득해야 할 때가 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초등, 중등, 고등 교육 과정을 이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한 1차 방정식 문제를 한 번 풀어보자.
2x – 4 = 8 일 때, x의 값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렵지 않게 답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칙연산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유치원생에게, 이 문제는 이해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사칙연산과 등식 그리고 이항에 대한 개념 등을 차근차근 가르쳐줘서 여차저차 x의 값을 구할 수 있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 번 이런 식으로 정보들을 습득해나가다간 금방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정규 교육 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심화 지식들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면서,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감을 줄여주었다.(사실 단계적 공개는 소프트웨어의 사용 경험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도 분명히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단계적 공개는 특히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채택된다. 먼저 아래의 사진을 보자.
자칫 복잡해 보이는 게임 내 인터페이스(UI)는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는 이 복잡함에 압도당하기 쉽다. ‘도대체 이 수많은 버튼과 기능들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 거지...?’ 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대부분의 게임들은 초기에 튜토리얼을 진행한다. 심지어 처음엔 인터페이스(UI)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보여주고, 필요할 때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들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단계적 공개를 통해, 유저가 느낄 압박감을 줄여준 것이다.
또한 파워포인트나 일러스트, 포토샵 등 각종 전문 소프트웨어들도 복잡한 모든 기능들을 갖추고는 있지만, 한 번에 모두 보여주진 않는다. 탭을 세분화해서 일부만 보여주고,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더욱 세분화된 고급 기능들을 보여준다.
단계적 공개라는 개념이 생긴 지 어언 40년이 넘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들엔 이 개념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너무 맹목적으로 적용시키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때에 따라서 복잡한 정보들을 한눈에 보여주어야 할 때도 있다. 워드프로세서 2003은 상단의 메뉴 항목이 사용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숨겨지게 했었다. 때문에 사용자는 사용하려 할 때마다 메뉴 항목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 지나친 단순화가 사용자 경험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는 워드프로세서 2007 버전에서 수정되었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