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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Feb 23. 2022

디자인과 심리학 : 10. 공감 격차

당신의 새해 다짐이 매번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

공감 격차(Empathy gap) : 사람의 태도나 성향, 행동에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을 때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


새해에는 항상 열정이 불타오른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올해는 정말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대표적인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와 금연 등이 있는데, 과연 연말쯤 그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정말 손에 꼽을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끈기가 없어서 그런 걸까?


새 해 목표를 세울 당시엔 감정적으로 굉장히 차분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이런 식의 목표를 세우기 쉽다.


'일주일에 4번은 퇴근 후 30분씩 조깅하기'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우리는 퇴근 후에 느낄 피곤함을 너무나 과소평가하고, 지금 뜨고 있는 넷플릭스 신작을 보는 대신 책을 펴는데 필요한 절제력을 너무 과소평가한다. 이것이 바로 공감 격차이다.


이는 타인을 바라볼 때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상대방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별 일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열심히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밤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고 호소하는 누군가의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선 어떨까?


기획자나 디자이너는 본인들이 사용자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 함부로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기반하여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서비스를 출시한 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용자를 바라보는 것만큼 씁쓸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사용자의 반응과 의견을 꾸준히 수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직접 사용자와 같은 하루를 보내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체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설문 조사 방식을 많이 채택하곤 하는데, 이때 설문 항목의 내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라는 설문 항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사용자는 '마음에 들었나요?'라는 말 때문에, '마음에 든다'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의견으로만 치우치게 된다. 이 내용에 대해선 나중에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새해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는 피곤함이란 감정을 이길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헬스장 이용권 6개월 분을 미리 결제하는 사람도 있다. 돈이라도 쓰면 가기 싫더라도 가겠지란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도 그 6개월을 꽉 채워 헬스장에 방문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미 소비한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감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내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일주일에 4번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 내기 대상에게 10만 원을 지불하는 식으로 말이다. 금액이 클수록 피곤함을 무릅쓰고 헬스장에 나가는 횟수가 많아질 것이다. 오늘 헬스장에 나가지 않으면 10만 원을 잃는다는데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함은, 피곤함이란 감정을 이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핵심은 감정을 고려하고, 이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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