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도연호

by 도연호

입은 다물고 있지만 누구보다 수다스럽게 떠들고 있어 우리는 개떼들에 밀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양들은 아니니까 초원이 자라자라 하늘처럼 파란 바다에 녹색 혈관을 심어놓고 있으니 하얀 의자에 앉아 바다에 드문드문 떠가는 하얀 별들을 보며 내일 또 늑대 가면을 써야 할 일을 생각했어 약속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어디까지 왔어 어디까지 가겠다는 계획은 무례하기가 이를 데 없는 노란 질투에 찌는 듯한 빠알간 고함에 메말라버린 낮은 마신지 얼마 안 된 알코올로 데우고 태우고 지우고 손가락은 길어길어 삽처럼 공포를 퍼담아 접었다 폈다 놀아보았지 나는 아직 양일 뿐인데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며 조용히 악을 써보아도

잘 들리지 않았나봐 일그러진 얼굴의 나는 양보다는 늑대에 가깝게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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