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우리 집 시시티비를 보면
나는 잘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꿈들과 열망들이
편평한 표정으로 하얗게 표백된 무균실
나는 유령으로 투명해 있을 것이었다
물을 먹는 하마는 그나마 할 일이 많을테고
그가 마루를 닦고
내 마른 다리 살그머니 들어올리면
하루 일과는 마무리될 것이었다
나는 회의로 투병해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다색으로 화려하기를 그리며
박찬욱의 영화 한편 찌그릴지도 모르겠으나
결론적으로는 깨끗해질 것이었다
태어나지 않았어도 상관없었을 것처럼
너를 향한 열등감이 덧발라지고
난 점점 완벽해질 것이지만
그럴수록 가엾기만 한
내 연구실의 자욱한 구름들을
나는 영영 알 수 없으니
지구가 둥근 것을 알 수 없듯이
비록 너를 위로하려 하는 나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