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크리스마스에는 벽난로에 손을 넣고 들여다보았다
젖은 머리에는 후회처럼 가늘고 검은 사리
거미가 세상을 가르며 내려온다
바닥은 눅눅하고 드리워졌고
산타할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집에 방문하지 않으실 즈음에
푸른빛이 나는 벽돌을 든 인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거꾸로 뒤집힌 양말처럼 뒤집어졌다
생의 각질들을 벗겨낸다
누가 내 마음에 물감을 풀어놓았나봐
투명한 바다가 파랗게 짙어지니
꿈에서는 말이 많았는데
오늘은 말이 없어진다
발가락으로 금을 따라 중얼거려본다
개나리들이 노랗게 밤을 밝혀도
그래서 우리 잠 못 이루어도
그대 기대하지 말아요
우리는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