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밤이 되면 고슴도치처럼 춤을 추었다
늘어난 하얀 면티를 입은 난 흐붓한 비광을 뿜어내는 창문들 앞에서 유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집 안에서 우산을 쓰고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물웅덩이를 찰박거렸다
나무빛깔을 한 웅덩이는
언 듯 살얼음을 띄우고
언 듯 거울처럼 비추었다 그리고
언 듯 너를 보았다
깜박깜박 고운 손을 할랑였다
소복을 입은 하얀 다리가
선 듯 매끄러웠다가
선 듯한 내 다리를 스쳤다
떨었다
열이 올라 붉게 달아오른 드라이아이스 같은 뺨 연기로 녹아내리면
작고 부드러운 맨발이 걸음을 감추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며 슬픔을 비웃을 거야 외로움도 비웃을 거야
비옷처럼 가려줄거야
산뜻한 백열등처럼 지직하다
팍 하고 필라멘트처럼 하얗게 터질거야
깡마른 팔뚝이 고갱의 조각처럼 관절을 아름아름 비틀고
비틀거리는 창백한 다리 위 헐렁한 바지 같은 속옷이 조명에 젖어가면
개처럼 입술을 찢고 우리 눈물을 흘리자
깜박
나타났다
깜박
사라진다
깊고 오래된 그림자의 눈꺼풀 벗겨내면
깜 박
손을 흔드는 사람 하나가
창문에서 나를 보고 볼링공처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