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망가질 줄 알면서도
기어이 고개 내민 두더지들
망치로 세게 내리쳤다
공포에 질린 반들한 눈
소리 없는 악을 지르는 주둥이
괜찮았다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휴게소의 거뭇한 밤
푸드코트에 홀로 앉은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후루룩 이마에 우동사리
연료 삼아 꾸역꾸역
마침내 일어선 조종사들의
숭고한 야간비행
수십마리의 두더지들
별들을 눈에 박고 있다
새 집을 지은 어른들
하나둘씩 내리고
영사기 뒤에서 관객의 수를 센다
그들은 나를 못 보지만
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음이
눈꺼풀 사이로 폭설이 나리면
두더지들이 땅을 파고
밤의 무게를 얹은 비행기
프로펠러가 돌아간다
괜찮을 거야
그들이 두더지는 아니니까
기다리는 아이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