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도연호

by 도연호

어제는 시간이 훌쩍였다

엄마는 마트에 갔고

나는 둥글게 아파트를 돌았고


음식을 씹으면서 말을 할 수는 없어서


저녁에 모인 도넛들이 도넛을 만들었고

눈물을 흘리기에는 일러서

내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떨 때는 너가 자주 연락해서 부담스러웠고

어쩌면 세상에 휴대폰은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이렇게 음소거된 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엄마는 영화를 볼 때면 자주 피곤하셔서

나는 말없이 잠든 그녀와 화면의 깨어있는 그녀를


어제는 시간이 훌쩍였다

나는 묵묵히 브로콜리를 먹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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