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로니

도연호

by 도연호

피자치즈가 흘러내릴 수 있으니 바르게 들어주세요


직원은 배달원을 피해 나에게만 작게 속삭였어요

우리만의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지근한 맥주의 거품이 눅눅한 여름을 가져다주면

입가에 우유를 묻히고 놀이터로 향해요

카스 병뚜껑으로 알까기를 하던 여자아이가

영원히 기억하지 못할 승패를 결정짓기 위해 입술을 오므리면


온 세상이 종이학으로 접어질 때까지

그 아이의 얼굴을 응시하곤 했었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피자를 항상 반으로 접어 먹는다면서

노을이 접어가는 모양을 가리고는 했죠

허나 시간은 거리의 노숙자가 식당을 들어서는 자세로 서서

어느 활엽수의 잎들은 매일 무성하지만

오늘의 그늘은 어제의 태양만을 사랑할 수 있다는데

빨갛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트램펄린

익어가는 동안 발을 힘껏 굴러요

그녀가 보일락 말락 해요

비밀이 자꾸만 늘어가요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횡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