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

도연호

by 도연호

지하철을 기다릴 때는

투명한 문에 비친 나만 바라본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기묘한 확신을 가지고

서로의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나는 지나가는 지하철의 진동에 흔들린다


확성기에 대고 묵묵히 신을 부르짖는 그와

수화기에 대고 묵묵히 그를 비난하는 그녀가

눅눅한 벽에는 나가는 길


어쩌면 모두에게는 내려가는 계단이 올라가는 계단보다는 쉬워보여서

쥐뗴들처럼 서로의 숙인 뒤통수만을 바라보며 하수구에 뭉쳐왔지만


쏜살같이 뭉개지는 풍경들

무심히 다급한 사람들

폰만 내려다보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저마다 믿는 신이 하나씩은 있으니까


지하철을 놓치기로 한다

아무도 돌아서 나가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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