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학교에선 사람이 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덧칠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겉은 파랗고 속은 검었습니다 하늘처럼 멀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손을 들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대답을 원하셨지만
아이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 때만 손을 들었습니다
검은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다녔습니다
책가방이 비어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그들은 파래보였고
그래서 더 괴로웠습니다
파란 우리들은 검은 우리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만
친한 척은 좀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파란 아이들은 주로 얻어 맞았는데요
다시 떠올려보니 파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멍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색이 또 베어들었습니다
진한 빨간색 흩뿌려진 하얀 팔레트
우리는 끝없이 덧칠만 하고 있습니다
혼자 남은 저는 문득 제 색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중요하지는 않았지만요 떠도는 그림자가 되어 당당히 걸어다닐테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사람들이 색을 구분할 수 있기는 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