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사유지에 살았어 그라인더 아래 쏟아지는 입자들은 고왔지
일과가 숭고하게 익어가는 시간 가늘게 늘어지는 손목처럼 천천히
모아서 펄럭였어 이불은 가끔 토해내기도 했고
널면 아래로는 물이 일정하게 떨어졌지
익을 수 있을만큼 뜨거운 물로 해마가 샤워하는 동안에도
코트에 올이 풀려있을 때처럼 단정하게 하지만 구부정하게
창백한 알몸으로 쪼그려 앉아 나를 조금씩 마시는 일
자연스럽게 풀려가 하나의 실로 이어질 때까지 기다렸어
뜨거웠던 단어들이 모두 차가워지면 너에게 전화를 걸거야
사유하는 동안 실이 다 풀렸다고 자랑할테야 그러면 깨닫겠지
너에게 나는 외국인이라 내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발가벗은 나는 실은 발가벗지 않았다는 걸 전화를 끊으면
실은 결국 끊어져버린다는 걸
화창한 오후가 되면 사유지에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대화를 하며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