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남편, 아빠가 되어간다 (1)
아기가 태어나면 삶은 전쟁터가 된다
신생아는 먹고 자기만을 반복하고, 가만히 누워있는데 뭐가 힘드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다. 신생아는 하루의 대부분을 자는데 쓰는것도 맞고, 눈떠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먹는데 쓰는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아빠 엄마가 편한것은 절대 아니다. 극 초기의 신생아는 수유텀이 짧게는 1시간, 길어야 2시간으로 매우 짧고, 어른과 다르게 밤이 되었다고 길게 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1~2시간 간격으로 "기저귀 갈기-수유-트름시키기-재우기"를 반복해야 하며, 중간중간 젖병 세척, 아기 목욕, 빨래도 해야한다. 이미 하루 24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치열한 일정 속에서, 초보 엄마 아빠는 각자의 식사, 수면, 샤워와 같은 기존에 하던 일들도 해내야한다. 아기는 계속 배고파서 울고 대소변을 보기때문에 일을 미뤄둘 수도 없다. 아기가 필요로 하는걸 줄이거나 미룰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누리던걸 포기할수 밖에 없고, 애기가 없던 시절의 파릇파릇함이 자연스레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그 어느때보다 부부의 합이 중요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해진다.
육아는 돕는게 아니다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해서 화제였던 드라마 "며느라기"를 보면, 시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남편이 아내에게 이런말을 건넨다."내가 너 먼저 집(본가)에 데려다 주고 나는 돌잔치 들렀다갈게. 어차피 내가 있어도 별 도움도 안 돼. 내가 빨리 와서 도와줄게." 본인 집안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하는것"이 아닌 "도와주는것"이라고 표현한 남편에게, 시청자 모두가 분노를 느낀 장면이다. 육아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거나 개인사업을 운영하고 아내가 아기를 주로 보는 경우가 아직은 대한민국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데, 일부 남편들은 회사일때문에 피곤하므로 육아는 도와주기만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그랬다. 돌이 지나기 전의 아기는 행동반경이 작기 때문에 아기를 돌보는 아내는 회사를 가는 나에 비해 힘도 덜들고 비교적 시간 여유도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아주 잠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몇일 동안 연차를 사용하고 집에서 24시간 같이 육아를 하다보니 보통일이 아니다. 내가 출근해있는 동안 아내가 이 모든일을 혼자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한다. 둘이서 돌아가면서 틈틈이 쉬기도 하지만 신경은 언제나 아기에게 집중되어 있고, 쉰다고 하더라도 길게 쉬는건 사치였다.
육아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빈번한 원인은 바로 누가 더 피곤한지, 누가 더 힘든지를 겨뤄보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겨루어본다고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남편은 회사의 피로를 집에서 해결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아내는 새벽~낮 동안 홀로 모든걸 감내했는데 저녁에 날 챙겨주는 사람이 아닌 내가 챙겨야할 사람이 늘어서 더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기가 생기면 행복도 커지지만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아지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전과 같은 양의 스트레스와 피곤함만을 가지고 살아갈수는 없다. 이전에는 10만큼 힘들었는데 지금은 11~12만큼 힘드니 나는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툼의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이다. 나의 과거와 비교하면 안된다. 나는 10에서 11~12가 되는동안 상대방은 피로도가 15, 20을 넘어서고 있을 수 도 있다.
육아에는 정답도, 적정비율도 없다
누가 더 피곤하지를 주제로 다투다 보면 항상 드는 의문은 "아내는 일을 안하는데 왜 남편은 일도 하면서 아기도 봐야하는가?"이다. 남편은 육아를 얼만큼 참여해야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정답은 없다. 그러나 아기는 남편의 아기도, 아내의 아기도 아닌 부부의 아기이다. 아빠가 돈벌어오는 사람이 되는건 또 싫지않은가? 육아는 일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일에 버금가게 힘들다. 중간에 점심시간도 있고, 가끔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수 있는 회사와 달리, 식사시간 마저 아이에게 달린 전쟁통속에서 아내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내가 오늘 샤워는 했는지, 밥은 몇끼먹었는지도 모르는 대혼란 속에서 오로지 온 정신을 아기에게만 쏟으며 더 바쁜 하루를 보냈을 수도 있다. 아기랑 둘이 있는데 뭐가 힘드냐는 말은 비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육아가 뭐 힘드냐라고 물어보기전에 한 번 정도는 하루 종일 조력자가 아닌 아빠로서 온전히 육아의 무게를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글을 본 아내가 무작정 남편에게 육아는 5대5야라고 외치는것을 바라진않는다. 육아에 비율이라는게 있을수 없지않은가. 그리고 육아를 5대5로 하려면 직장일도 5대5로 해야지라면서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내가 힘들다"라는 생각보다 "상대방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를 챙긴다면 같이 힘들지만 같이 행복한 육아아 될 것이라 생각한다(몸이 안 힘든 방법은 없다!). 아기가 50일을 넘어가면서 눈도 마주치고, 하고 싶은말이 많은듯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각, 청각이 조금씩 열린다는 의미일텐데 이럴수록 집의 분위기를 좋게, 화목하게 잘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뭘 느낄수 있겠냐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누구보다 집 안의 공기의 흐름을 잘 느끼고 있을 것이라 본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럴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내와 오늘도 좋은 가정 분위기 속에서 육아에 힘써봐야겠다.
- 휴가 중 아기가 낮잠자는 시간에 잠시 정리한 아빠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