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어머니의 관계 (1)

그렇게 남편, 아빠가 되어간다 (2)

by 도윤파파

고부갈등


고부갈등이라는 말이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뜻하는 말인데, 고부관계라는 말보다 고부갈등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왜냐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사람들의 뇌리 깊숙한 곳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항상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대립을 한다. 기센 시어머니는 아들을 통해 며느리에게 무엇인가를 항상 요구하고 가르치려하고, 며느리는 이러한 시어머니의 기에 눌려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는 모습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익숙할만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전달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들어 며느리가 당하지만은 않는 모습도 종종 나오고 있지만, 결국 다른 모습의 고부갈등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고부라는 단어 뒤에는 갈등이라는 단어가 무조건 이어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관계가 되었을까?


딸 같은 며느리, 아들같은 사위는 없다


결혼을 하면 딸 같은 며느리, 아들같은 사위라고 하면서 아들, 딸들도 하지 않는 안부전화를 요구하는 모습은 드라마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조상님과 성씨가 같은 딸에게는 명절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서, 조상님 얼굴도 모르고, 성씨도 다른 며느리에게는 제사 음식을 가르치는 모습 또한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모습중 하나이다. 내 생각의 핵심을 먼저 말하자면, 며느리와 사위는 딸과 아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나와 아내는 결혼 이후에 양가 부모님과 잘 지내는 편이다(아내도 이에 동의했지만 100% 속마음이 맞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장인어른과 목욕탕을 같이 갈 정도의 사이이며, 아내도 시어머니와 단 둘이 밥먹고 카페가서 수다도 떨 정도의 사이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인어른과 시어머니가 사위와 며느리는 아들, 딸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정도로 지낸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장인어른과 대화도 나름 잘 되는 편이다. 딸만 둘이기 때문에 평생 남자가 없는 집에서 지내셔서 그런지 사위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신다. 어떨때는 맥주 친구가 되었다가, 어떨때는 목욕탕 가는 친구도 되었다가, 또 어떨때는 그냥 같이 티비보며 떠드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아버지처럼 모시고 장인어른도 나를 아들처럼 대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아버지, 아들에게 요구할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진 않는다. 이 점이 바로 서로의 관계가 남들에 비해 좋은 비결이 아닌가 싶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배려


최근 어머니께서 길게 시간이 생기셔서 약 2주간 손자도 봐줄겸 집에 머물다 가셨다. 와이프가 친구랑 통화하면서 시어머니께서 2주동안 와계신다고 하면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시어머니? 같이 있으면 안 불편해?"라는 질문부터 한다. 그 친구들은 일단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 못한 것 같고, 시어머니=불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다행히 아내는 어머니를 불편해하지 않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내가 없더라도 두 사람이 같이 있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지낸다. 여기서도 핵심은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손자를 봐주시고, 우리에게 반찬을 만들어주셨는데, 애기를 보는 방법이나 집안일을 해주시는 부분에 대해서 나도 그렇고 아내도 일절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하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난 것도 있었지만, 어머니 나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신 것이라 믿고 그냥 의지헀다. 반대로 어머니께서도 우리가 이런 것은 이렇게 저런것은 저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씀드리면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시면서, 우리집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규칙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그리고 냉장고가 왜이렇게 지저분하니, 화장실청소는 하니, 애기 그렇게 안으면 안된다 등등 소위 잔소리를 하나도 하지 않으셨다. 집안일을 해주실때도 이렇게 해도될까?라고 하나하나 물어보시면서 우리 집의 규칙과 원칙을 최대한 유지해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어머니께서 애기를 봐주러 오셨는데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아서 싸웠다느니, 너무 옛날 방식이라 얘기드렸다가 다퉜다느니 하는 사례들이 가끔있다. 애기가 분유를 자주 마시기 때문에 중간중간 분유 먹이는 것을 도와줬는데, 먹이고 몇ml 마셨는지 기록을 안해뒀다고 아들이 뭐라하거나, 냉장고 꼴이 이게 뭐냐며 며느리를 타박하는 시어머니의 모습 등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아들 딸 입장에서 본인 집이라고 원칙과 규칙을 얘기하는 것도 좋고, 시어머니 친정엄마 입장에서 경험에 빗대어 충고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강요가 되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순간 갈등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다.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온 명언이 있다 "잔소리는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충고는 듣는 사람이 듣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충고라고 생각한다.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어린이도, 왠지 듣기 싫었는데, "내가 하는것은 충고니깐 잘 들어"라는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충고가 더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서로의 영역과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그 안에서 조화를 찾는 방법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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