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남편, 아빠가 되어간다(4)
나도 축하받고, 주목받고 싶어요!
결혼과 출산을 겪다보면 아주 간혹 외로운 순간들이 있다. 결혼의 스포트라이트는 신부에게, 출산의 스포트라이트는 아기와 산모에게 집중되기때문이다. 물론 그 날의 기억들은 당연히 좋고 행복한 것들로 가득 차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그 행복의 중심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었던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남편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은 예복을 맞출 때, 결제할 때, 신랑입장할 때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혼식이 아무래도 신부의 드레스와 그 드레스가 더 빛날수 있는 결혼식장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준비를 함에 있어서도 자연스레 신부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결혼식 당일에도 신랑에게 집중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결혼식 준비를 하는 기간동안 나는 OOO 신부님 남편분이 되었고, 결혼식 당일에도 신랑이면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하는 바쁜 사람이었었다. 결혼식장 관계자, 사진작가, 양가부모님, 하객을 모두 상대하느라 뛰어다니다보니, 눈 몇번 깜빡이지 않았는데 나는 버진로드 출발선에 서 있었다.
출산때도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들이 있다. 당연히 임신과 출산의 고통은 오롯이 아내가 겪었기에 아내와 아기에게 많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남편도 10개월동안 옆에서 같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가장의 책임감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고 해결해왔기에, 축하의 장에서 주목을 덜 받게되면 서운한 감정은 어쩔수 없이 생기는것 같다. 출산선물, 산모선물은 있지만 출산을 축하하는 선물에 남편, 아빠를 위한것은 잘 없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출산 후 내가 받은건 "아기 귀엽다", "와이프 잘 챙겨줘야겠다"정도의 말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아내가 한 고생의 크기에 비교할 수 없도록 작은 크기의 고생을 한건 맞지만, "너도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작은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던것이 아니었을까? 여전히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정의 일원이 되고 싶고 같이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큰데, 주변의 말들을 계속 듣다보면 나는 아내와 아기가 주목받을 수 있게 비춰주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나 싶기도 하다.
작은 말 한 마디는 아빠, 남편을 다시 힘나게 한다.
그럼에도 내가 힘을 내고 가족을 위해 힘쓰는 이유는 아내의 말과 행동 덕분이다. 본인 몸 하나 신경쓸시간도 부족할텐데 아기보느라 온 힘을 쏟는 시간 와중에도 매일 "자기도 힘들지? 고생많아요~", "고생하는거 알고있으니 애기 조금 크고 여유가 생기면 본인을 위해서도 투자해요"라는 말들을 꼭 한번은 해준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땐 의외로 작은 한마디가 많은것을 해결해준다. 너가 잘해야한다, 너가 잘챙겨줘야한다는 말을 듣다보면 처음에는 내가 잘하는게 당연히 맞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씩은 왜 나한테만 잘하라고 자꾸 뭐라고 하는거지? 내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같은말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남편도, 아빠도 가장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감정이 상하는 순간이 한 번씩 찾아오곤 한다. 보상을 받고자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남편과 아빠의 노고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때가 있다. 금전적인 보상이나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그냥 누구 한 명만이라도 내가 힘든걸 알아주고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나도 주변에 아기를 가졌거나, 아기가 태어난 지인이 있으면 아기 선물 또는 산모가 쓸 선물을 건네줬던 것 같다. 아기 옷, 아기 장난감, 산모 샴푸 등 보냈던 선물들을 보다보니 아빠를 위한 선물은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는 출산 선물을 보낼 때 남편만을 위한 선물은 챙겨주지 못하겠지만 아기 또는 산모만을 위한 선물이 아닌 온 가족이 같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을 보내면서, 아빠 엄마, 아기 모두 잘 하고 있고, 행복해보인다는 메세지를 써서 보내볼까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남편, 아빠들 모두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