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록키'
"넌 훌륭한 선수가 될 자질이 있어. 그런데도 넌 고리대금 깡패의 똘마니 노릇이나 하고 있지."
1975년 11월, 필라델피아 빈민촌에 사는 록키는 애완동물 가게의 점원 애드리언을 짝사랑한다.
록키는 타고난 루저로 나온다. 고리대금업자 밑에서 수금을 하러 다니며 복싱 도장에 다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
실제로 실베스타 스탤론은 의료사고로 언어장애와 안면신경마비(구안괘사)의 장애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던 그에게 아버지는 "머리가 나쁜 새끼니까 몸이라도 단련하라"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이 말은 록키의 대사로도 유명하다.
실베스타 스탤론은 록키를 찍기 전에 나이트클럽 문지기와 포르노 배우로 일하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영화 안에서도 연기라기보다 몸에 밴 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어눌한 대사와 부자연스러운 표정까지도.
애완동물 가게의 점원 애드리언은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은 아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옛날 여주인공은 그랬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모태솔로 같은 말투와 독특한 옷차림. 그녀의 오빠 폴리는 록키에게 잘 보여 깡패일을 하고 싶어 동생 애드리언을 소개한다.
실제 그녀는 대부로 유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동생이기도 하다. 타고난 루저였던 실베스타 스탤론과는 다르게 금수저였던 그녀는 록키에서 루저로 다시 태어났다. 애드리언 역의 탈리아 샤이어의 연기는 반짝반짝 빛났다.
록키와 애드리언은 가난한 커플이었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라는 신경림 시인의 말처럼 록키와 애드리언은 사랑을 한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둘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록키와 챔피언과의 시합은 가까워진다.
못하겠어. 이길 거 같지 않아. 랭킹 안에도 못 드는 내가 뭘 하겠어?
열심히 훈련했잖아요.
그래 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그런 말 말아요.
사실이야 애드리언. 난 보잘것없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상관없어. 시합에서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내가 그때까지 버텨서 벨소리가 울릴 때까지 서 있을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록키는 챔피언과의 경기에서 패배한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것처럼 15회까지 버틴다. 처절하게 필사적으로. 코 앞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애드리언은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군다.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는 순간, 그 순간이 반드시 승리의 순간일 필요는 없다. 남을 밟고 일어서는 순간일 필요도 없다. 남보다 우월하다고 남보다 잘났다고 말하는 순간이 아니어도 남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지라도. 아주 작고 사소할 지라도 원하던 일이 이뤄지는 순간. 그 순간 사랑하는 사랑과 함께 있음을 기뻐하는 것. 그게 바로 행복 이리라.
록키와 애드리언의 사랑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가 록키에게 묻는다.
재시합은 하 실 건가요?
재시합은 안 해요!!
왜죠?
오늘 맞은 걸로 충분하니까!
록키는 가난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