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커플은 사귄 지 십 년이 넘었다.
정확하게 십 년 하고도 이년 더한, 12년째 연애 중이다. 말이 쉽지 십 년 넘게 연애하는 커플은 극소수다. 대부분 그전에 결혼을 하거나 이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남자는 결혼을 원했지만 여자는 서두를 것이 없다며 미뤘다.
그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계절의 변화처럼 직장이 바뀌고 얼굴도 변해 갔지만 둘의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매일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쇼핑을 했다.
"우린 결혼 언제 할까?"
"결혼보다 연애가 더 좋지 않아?"
"결혼은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결혼하면 재미가 없어질 거 같아서."
"재미...?"
"난 이대로가 좋아."
그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밖으로 표현할 때마다 여자는 결혼보다 연애를 원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왜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혼을 완전히 안 하고 싶은 건 아니잖아. 단지 결혼보다 연애가 좋은 것뿐이지. 그런데 넌 왜 결혼을 하고 싶어?"
"매일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싶으니까요."
"거참 소박하다. 그럼 결혼하지 말고 그렇게 하면 되잖아..."
"그건 안 된다고 했어요. 결혼하기 전에 동거는 안 된다고."
"동거는 안 되는구나. 그럼 주말만이라도 함께 있으면 되잖아. 주말부부처럼."
"그것도 개인의 생활이 있으니까. 지금처럼 각자 삶을 살면서 데이트하는 게 좋다고 그랬어요."
"알고 있어. 지금 이야기를 십 년 전부터 들었기에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자꾸 똑같은 걸 묻는 거예요?"
"네 마음이 궁금해서. 네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 해서..."
"똑같아요. 똑같아서 미칠 것만 같아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
"혹시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내려놓는 건 어때?"
"헤어지란 말이에요?"
"아니 너도 편하게 생각하라고. 결혼보다 연애가 좋다고. 평생 결혼하지 않아도 좋다고."
"그건 싫지요. 싫은데. 차라리 다른 사람을 만나고 말지."
"그래, 그럼 다른 사람도 편하게 만나보고."
"말이라고 되는대로 말하지 말고요."
"연애도 결혼도 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잖아. 일방적이어서는 절대 행복해지지 않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사랑하니까 더 그렇지."
"내년이면 이제 십삼 년 째란 말이에요."
"너무 걱정하지마. 꼭 결혼을 해야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럼 이렇게 계속 연애만 하라는 거예요?"
"그게 어때서 연애가 더 좋을 수도 있잖아. 적당한 긴장감도 있고."
"연애를 이렇게 오래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인데... 전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이해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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